약진하는 토리노 FC (2014.03 월드 사커 다이제스트) 토리노 FC

이번 주 치러진 유로파 리그 32강에서, 이탈리아의 5팀이 전부 베스트16에 진출하는 진귀한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여름의 CL 플레이오프에서 나폴리를 격침시킨 아틀레틱 빌바오를 적지 산 마메스에서 이긴 토리노야말로 대금성(大金星)*이라 할 만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의외의 약진이냐고 말한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한 감독 아래에서 시간을 들여가며 팀을 숙성시킨 결과이다. 이 글은 지난 시즌의 팀에 대한 텍스트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성장의 백그라운드와도 맞닿아 있어, 그대로 게재하게 되었다.
현재는 체르치와 임모빌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로파와 세리에A를 양립시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애초에 유로파 리그는, 본디 출전할 예정이었던 파르마가 세금미납으로 UEFA라이센스를 얻지 못해, 그 대신 출전권을 얻게 되었다는 경위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파르마가 그대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 다이킨보시(大金星): 스모계의 은어로서, 분명히 전력이 앞서는 상대를 이기는 일. 자이언트 킬링.

이탈리아 제4위 도시인 토리노(인구 90만)을 본거지로 하며 스쿠데토 7회에 빛나는 명문이지만, 세계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자랑하는 빅 클럽 유벤투스의 그림자에 가려진 채, 최근 존재감이 옅어졌던 토리노. 그러나 3시즌을 보냈던 세리에B로부터 승격한 지 2년차인 이번 시즌은, 1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안정적으로 10위권 위쪽의 순위를 유지하면서 근년에 없었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반기에 부진에 빠졌었던 10~11월처럼, 일정상 강호들과의 대전이 이어지는 후반기의 3월에 순위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종반에 순위를 다시 끌어올린다면 93-94시즌 이래 20년 만에 세리에A 10위권 이내 순위로 끝낸다는 목표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 주역을 말한다면, 취임 3년차인 지암피에로 벤투라(Giampiero Ventura) 감독과, 지금까지 27경기에서 모두 24골을 기록한 알레시오 체르치(Alessio Cerci), 치로 임모빌레(Ciro Immobile)라는 강력한 투톱이다.

임모빌레, 체르치, 벤투라.

세리에A에서도 굴지의 드리블 돌파력을 가졌으면서도 기이한 성격이 화근이 되어 그 재능을 충분히 펼쳐 보일 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던 26살의 체르치는, 지난 시즌의 오른쪽 윙 자리에서 골을 더 많이 노릴 수 있는 세컨드 톱으로 이동하면서부터 골냄새를 파악하는 능력에도 눈을 뜬 것 같은 느낌이다.
임모빌레는, 숙적 유벤투스에서 성장해서 현재도 소유권 절반은 유베에 있다는 난처한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드워크를 꺼리지 않는 다이나믹한 플레이스타일로 서포터들의 마음을 얻어, 세리에A 2시즌째인 현재 2자릿수 득점이라는 대업을 달성, 체르치와 나란히 국가 대표팀으로부터도 소집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투톱의 스피드와 역동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시즌의 4-2-4 대신 중심을 낮춘 3-5-2 시스템으로 바꿔 이 팀이 이전부터 가졌었던 사이드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빌드업과, 볼 포제션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가지면서도 공격에 따르는 깊이를 만들어 낸 것이 벤투라 감독이다.

토리노의 3-5-2는, 좌우의 인사이드 미드필더, 그리고 윙백에도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 볼을 탈취하는 주력의 질 및 높은 테크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빌드업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오른쪽의 마테오 다르미안(Matteo Darmian), 왼쪽의 지오반니 파스콸레(Giovanni Pasquale)(전반기에는 1월에 인테르로 이적한 다닐로 담브로시오(Danilo D'Ambrosio))라고 하는 양 사이드 윙백이다. 빠른 타이밍에 높은 위치로 진출하여, 최종 라인과 레지스타의 패스로부터 공격 전개를 이끌어내는 공격의 중계점 역할을 한다. 거기에서부터 인사이드 미드필더, 더욱이는 더 전방에서 움직이는 포워드들과 연계한 콤비네이션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트리는 국면을 매듭지어 간다.

중반은 최종라인을 방어하기 위해 중앙 낮은 곳에 하드 워커 주세페 비베스(Giuseppe Vives)를 배치하여 공수의 밸런스를 확보하고, 인사이드 미드필더에는 원투 패스 등의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지는 돌파가 특징인 알렉산데르 파르네루드(Alexander Farnerud), 좋은 테크닉과 창조성을 갖춘 판타지스타 오마르 엘 카두리 등(Omar El Kaddouri),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를 배치하였다.
투톱은 언제든지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전선에 공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이어가며, 상대 수비수가 기준점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주위와의 콤비네이션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틈새를 노려 최종 득점을 노린다는 흐름이 기본이다.

이러한 조직적인 공격의 매커니즘을 팀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토리노의 호조는 벤투라 감독에게 매커니즘 정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간을 주고, 클럽 측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은 것의 영향이 절대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시즌으로 취임 3년째가 되는 벤투라 감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 디렉터로 클럽의 강화책임자로 근무하는 지안루카 페트라키(Gianluca Petrachi). 선수 시절이었던 90년대 말에는 페루자에서 나카타 히데토시의 팀메이트이기도 했던 그 페트라키이다.

페트라키 SD와 벤투라 감독간의 관계는, 사실 현재의 토리노가 처음은 아니다. 페트라키가 SD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피사(당시 세리에B)였는데, 07-08시즌에 벤투라 감독을 초빙, 잔류를 목표로 개막전에 임한 팀을 가지고 세리에A 승격에 목전까지 다가간 대건투를 보여, 큰 주목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 도입했던 것이, 그 후에 바리, 그리고 토리노에서도 사용하게 되었던 공격적인 4-2-4 시스템이다. 그 키 플레이어가, 윙으로서 공격을 담당했던 당시 20살의 체르치였다.

처음으로 지속적인 출전기회를 얻어 2자리수 득점을 기록했던 그 시즌은, 그에게 있어서도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다. 요컨대, 토리노의 현재 약진은 페트라키 SD, 벤투라 감독, 체르치라고 하는 3사람이 5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토리노에서 재회한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트라키, 벤투라, 카이로.


그 페트라키가 토리노의 SD로 취임한 것은 09-10시즌. 다른 이유가 아니라 피사에서의 수완을 인정받아 초빙된 것이었다.

토리노의 오너는, 2005년 전 경영진 하에서 파산·소멸이라는 위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 지역 정재계의 손으로 재건된 직후였던 토리노를 인수한 우르바노 카이로(Urbano Cairo) 회장이다. 그로부터 수 시즌 동안은 모든 권력을 스스로 수중에 넣고 혼자서 경영을 이어 왔지만, 감독·선수를 관할할 스포츠 디렉터까지도 매년 교체되는 등의 혼돈이 이어져, 한 번은 세리에A 승격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했으나(자케로니 감독 아래에서 오구로 마사시가 선수로 있던 것도 당시의 일이다) 결국 A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금 B로 강등되고 말아 그대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페트라키는 승격을 노리는 팀이 오히려 강등권 가까이까지 떨어졌던 09-10시즌 도중에 SD로 취임하면서, 하부리그로부터 무명인 선수를 모아 멤버를 일신, 후반기에 반격을 꾀해 승격 경쟁에 참여할 정도로 팀을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실적과 결과들이 나타나면서 카이로 회장의 신뢰를 얻어, 강화책임자로서의 권한도 손에 넣어 수완을 발휘하게 되었다.

바리에서 해임되고 프리 상태였던 ‘동지’ 벤투라(90년대에는 감독과 선수라고 하는 관계도 있었다)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초빙한 것이 11-12시즌이었다. 현재의 주력 선수로서 팀을 지탱하고 있는 글릭, 다르미안, 바샤 등을 영입하여 취임 1년만에 세리에 A 승격을 거두고, 체르치를 불러들인 지난 시즌에는 여유를 가지면서 잔류,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10위권 이내의 순위를 노리는 데까지 도약하며 팀은 착실히 그 힘을 기르고 있다.

페트라키 SD에게 현장을 맡기고, 오너이자 회장으로서 경영 측면의 컨트롤에 전념하게 된 카이로 회장도 “권한을 위임하면서 팀으로서의 기능이 살아났다. 현재의 체제는 베스트라고 말해도 좋다. 페트라키와 벤투라는 이후로도 프로젝트의 중핵(中核)이다.” 라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이어져 간다면, 토리노는 90년대 전반 이래 20년만에 세리에A에 완전히 정착하여 중견급 클럽으로서 안정적인 지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100년 이상 이어진 장구한 역사를 돌이켜 보면, 1940년대의 전설적인 '그란데 토리노'때에 스쿠데토 5연패, 70년대에 최강을 자랑한 트라파토니의 유벤투스와 맞붙어서도 밀리지 않으며 얻어낸 75-76시즌의 스쿠데토, UEFA컵 결승·코파이탈리아 우승 등 빅클럽들과 대등하게 경쟁했던 90년대 전반기 등, 토리노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세리에A의 중요한 존재로서 위치해 왔다. 90년대 후반부터의 쇠퇴와 2005년의 파산,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진 긴 정체기를 과거지사로 보내 버리고, 클럽의 ‘격’에 걸맞게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부터 몇 년 동안이 그 승부처가 될 것이다.


2014년 3월 11일 / 초출: 『월드 사커 다이제스트(ワールドサッカーダイジェスト)』


원 저자 : 카타노 미치오(片野道郎; 저널리스트, 번역가). 1995년부터 이탈리아에 거주.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사회, 경제, 문화에까지 시야를 넓혀서, 칼치오의 매력과 깊이를 다각적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 '챔피언스리그의 20년', '증보완전판 감독 자케로니의 본질', '안첼로티의 전술 노트', '무리뉴의 유의' 가 있다. '안첼로티의 완전전술론' 등 이탈리아 축구 관련 번역서 다수.
원문: http://tifosissimo.jp/archives/1375


번역 허가를 받아야 할라나....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