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Serie A 30R Torino 1-4 Juventus 감상 토리노 FC


1. 뭐, 이런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지금 토리노의 비참한 폼으로 유베를 이긴다는 건 언감생심일 테니까. 그래서 지난 경기 감상평에서도 썼지만, 질 거면 애초에 다실점하며 크게 져서 감독이 바뀌는 계기라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의 기본 전제는, 데르비에서의 대패가 감독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거겠지. 그게 안 된다면 데르비에서 참패하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될 거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가고 있다. 우선 데르비 참패라는 치욕은 이미 겪었지만 그 뒤가 문제일 터.

2. 경기 초반부터 토리노는 매우 거칠게 나왔다. 아마도 주중경기를 치른 유베인 만큼 계속해서 거칠게 나가면서 저들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리려는 생각이었을 터이다. 특히나 지금 토리노 선수들의 페이스가 최악이기 때문에 그대로 상대를 하다가는 100% 말릴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거칠게 하는 수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거친 플레이로 인하여 유베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하는 건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 팀도 아닌데 신경을 써줘야 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단 축구라는 것은 결과론적인 측면이 상당히 있는지라, 이게 잘 되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고 잘 되지 못하면 비판을 받는 것인데,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완전한 실패였다. 애초 예상된 것보다 토리노 선수들은 더 굼떴고, 그로 인하여 거친 플레이도 단지 거칠 뿐 그것을 가지고 상대의 페이스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면 갈수록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횟수가 늘어났는데, 이미 지난 시즌 데르비 2차전에서의 실점 방식이 프리킥이었고, 지난 코파 때 데르비에서의 실점 중에서도 프리킥이 있었던 만큼 프리킥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했지만 토리노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 프리킥으로 선제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 뒤로 토리노의 수비 진영은 완벽하게 무너졌고, 두번째 실점은 바로 그 완전히 망가진 수비진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가 중앙에서 대놓고 드리블을 치는데도 전혀 막는 선수가 없었다는 거 자체가 토리노 수비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가장 큰 증거다. 그간 토리노 수비진 및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선수를 바꾸던지 전술 자체를 바꾸던지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는데도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매경기 계속되는 실점 및 이 경기에서의 어처구니없는 실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3. 후반 시작하면서 토리노는 약간의 부상 기색이 있던 임모빌레를 빼고 막시 로페즈를 투입하였으며, 그 직후 브루노 페레스의 돌파에 이은 PK를 얻어내었다. 그리고 그 PK를 벨로티가 성공시키면서 우선 추격의 여지를 마련하였고, 그와 동시에 부폰의 기록 역시 멈춰세울 수 있었다. 애시당초 데르비에서 상대편 골키퍼의 기록을 만들어 준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인 일인데, 비록 기록 경신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이 경기에서 그 기록을 멈춰세울 수 있었다는 것에는 일정한 정도의 의의를 둘 일이다. 그리고 지금 토리노에서 제대로 축구를 할 줄 아는 선수는 브루노 페레스 단 한 선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 PK 획득 장면으로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10여 분 뒤에 토리노는 다시 한 번 브루노 페레스의 드리블에 이어서 막시 로페즈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오심이었고, 이미 이 경기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여 양 팀 모두에게 불만을 샀던 리졸리 주심 및 휘하 부심들에 대한 비난이 더 이어지게 될 터였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토리노의 공격 의지는 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마지막으로 끊기다시피 하였고, 바로 그 4분 뒤에 실점하면서 토리노는 추격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4. 이 뒤의 일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토리노는 홈에서 데르비 라이벌에게 4실점이라는 추태를 보이며 무너졌다. 데르비 홈경기에서의 4실점은 02-03시즌 이후 14년 동안 없던 일이었다만 이번에 다시 한 번 나오게 되었다. 게다가 지난 코파 원정경기에서 0-4로 무너졌으며 이번에도 다시금 4실점하는 굴욕을 연이어 연출했다.
이는 비단 데르비에서의 참패만을 의미하는 바가 아니다. 승격시즌이었던 12-13시즌 이후로 토리노는 점진적으로 데르비에서의 경기력이 좋아져 가고 있었다. 바로 그 정점에 있던 경기가 지난 시즌 데르비 2차전에서의 승리였을 터이다. 그리고 지난 데르비 1차전 원정에서도 비록 패하기는 하였으나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토리노는 그 당시의 토리노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버렸다. 최근 15경기에서 승리한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며 무승부도 4경기에 그쳤고, 나머지 9경기는 모조리 패하였다. 그러는 동안 팀의 순위는 계속해서 내려갔고 팬들도 등을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5. 이미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신뢰는 없다. 어제 경기가 끝나고서는 저널리스트 Rob Gilman 씨도 그의 트위터에 벤투라로 더 이상 가서는 안 된다는 언급을 남겼다. 이 사람은 원래 다른 강성 토리노팬들과는 달리,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을 받는 사람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온건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벤투라는 이제 믿고 기다려 보자던 사람들까지도 모조리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카이로 및 페트라키도 경기를 보았을 텐데 생각이 있다면 벤투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을 부디 깨우쳤으면 한다. 벤투라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선발라인업을 봤을 때부터 이 경기는 100% 졌다는 확신을 가졌다. 선발라인업에 가스톤 실바가 들어가는 따위의 되도 않는 선택을 해대는 감독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데르비에서 이 따위 추태를 보인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 결과가 어찌 되건 간에, 팬들은 최소한 데르비에서만큼은 절대 상대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모습을 원한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토리노 선수들이 보인 건 굼뜬 움직임과 생각이 없는 듯한 행동이었다.

6.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대책이 감독 교체 말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감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비난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선수들을 싹 바꾸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전까지는 최소한 토리노의 수비진은 그래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모레티는 노쇠화가 완연하며, 막시모비치는 장기부상 이후 폼이 전혀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글릭은 예전부터 그랬지만 수비라인의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앞으로 나와서 수비를 한다거나 의미없이 거친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 위험성은 미드필더진에서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수비시에 가장 중요한 위치가 수비형 미드필더일 터이나, 지금 토리노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제대로 된 선수가 없다. 비베스는 이미 풀타임을 뛰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노쇠화가 뚜렷하며 거기에다가 태클도 부정확하여 카드를 받기 일쑤다. 가찌는 현재 장기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그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찌는 온더볼 상황에서의 판단이 매우 좋지 않아 공수의 중간자리에 있기에 기량이 부족하다. 다른 선수들은 말할 가치조차도 없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아쿠아는 역시 몸만 있을 뿐 두뇌가 없는 선수라 패스나 라인조절 따위를 전혀 할 줄 모르며(이 경기의 4번째 실점도 아쿠아가 라인을 맞추지 않아 오프사이드 라인이 깨졌다), 베나시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더 적합한 선수이다. 오른쪽 윙백은 브루노 페레스와 사파코스타라는 괜찮은 선수들이 있지만 왼쪽에는 선수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 몰리나로는 세리에B에서나 뛰어야 할 수준 미달의 선수이며, 가스톤 실바는 그조차도 안 되는 아마추어급이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왼쪽 윙백을 영입하지 않았다. 이러니 어떻게 좋은 경기가 나올 것이며 어떻게 승리를 거둘 수가 있겠는가.

7. 토리노는 데르비에서 또다시 추태를 보이며 스스로 치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자업자득이라 누구를 욕할 바가 아니다. 욕해야 할 것은 감독과 선수들, 구단 운영진이다.
현재 토리노는 강등권과 단 5점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지금의 페이스라면 강등권과 바로 맞닿게 되는 것도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남은 상대들도 인테르, 로마, 나폴리 등의 강팀 및 많은 원정경기가 겹쳐 있어서 일정은 절대 유리하지 않다.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에 여러 언론들은 토리노가 최소 10위 안에는 들 것이며 유로파 경쟁을 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예측임이 드러났다. 선수와 감독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토리노의 부진은 절대 일시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최소한 강등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무리 팀이 막장이고 이제 강등권이 절대 말로만 거론되는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지만 아무리 감독, 선수들이 능력이 없고 생각이 없대도 강등당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 터이다. 이번 시즌 초기에 팀의 목표는 유럽대회 진출이었지만, 시즌 중반쯤 되면 10위권 유지가 되었고, 이제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팀의 목표는 잔류가 되었다. 이만큼 팀의 추락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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