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Serie A 9R Lazio 3-0 Torino 감상 토리노 FC


1. 경기 전에
현재 토리노는 죽음의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8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의 5경기가 밀란-라치오-제노아-유벤투스-인테르라는 일정이라, 세리에A의 강팀들을 연이어서 만나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다른 일정들에 있었으면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로 평가받을 제노아가 저 일정 사이에 끼어 있으니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느낌이 드는 지경입니다. 지난 라운드 밀란전이야 1-1로 비기긴 했습니다만 최근 밀란이 영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시험대는 오늘 라치오전이라고 해도 무방했을 겁니다.
토리노가 라치오를 상대해서의 좋은 기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토리노가 라치오를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는 2시즌 전인 13-14시즌 15라운드에 홈에서 거둔 1-0 승리가 마지막이고, 더구나 지난 시즌에는 홈과 원정 모두에서 라치오에게 스윕을 당했습니다. 과거사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최근 라치오는 시즌 시작 때의 좋지 않았던 흐름에서 벗어나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토리노로서는 상대하기가 벅찬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팀 분위기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지난 라운드, 카르피 원정에서의 패배로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지요. 물론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가장 가깝고, 직접적인 시작점은 카르피전입니다. 그 경기에서 지면서,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승점이 날아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팀이 정신적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토리노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건 브루노 페레스의 복귀였을 겁니다. 약 20일 만에 돌아온 그로 인하여 그 동안 몰리나로-사파코스타로 근근이 버텼던 토리노 측면라인은 큰 전력 상승효과가 기대되었습니다. 왼쪽의 주전 선수인 다닐로 아벨라르의 복귀는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에 왼편은 좋건 싫건 간에 몰리나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2. 경기 중
경기 시작 직후는 토리노가 라인을 끌어올려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래 가지 않았고, 대략 전반 10분쯤을 전후해서는 양 팀이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갑니다. 양 팀 모두 경기장 한가운데에서의 치열한 압박이 전개되었고, 그로 인하여 양 팀 공히 좋은 찬스도 많지 않았고, 반대로 위험한 위기도 많지 않았습니다. 토리노의 기회로 기억나는 건 브루노 페레스의 슈팅 정도가 있겠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 경기도 어떻게든 잘 해 보면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보통 축구경기에서, 이렇게 팽팽한 흐름을 끊는 것은 어느 한 쪽이 골을 터트리는 겁니다. 이 팽팽한 흐름이 90분 내내 지속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이 분명 선제골을 가져갈 터인데, 저는 그 선제골의 주인공이 토리노가 되기를 바랐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득점은 라치오의 것이었습니다. 전반 40분, 두샨 바스타의 크로스 - 클로제의 떨궈주기 - 룰리치의 슈팅으로 연결된 이 득점 장면은 분명 라치오의 작품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토리노 수비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플레이였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고 봅니다. 충분히 이 흐름 중간에 막을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것은 분명한 것이고, 그렇다면 토리노 수비가 기본적인 책임의 소지가 있는 것 역시도 분명하겠지요. 그나저나 이 내용, 지난 카르피전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썼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반이 끝났고 잠시 뒤에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차피 팽팽했던 양 팀의 끈이 끊어진 이상 이제는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후반전의 토리노는 그다지 공격적이지 못했습니다. 공격적이지 못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공격적이지 않았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플레이는 하는 족족 라치오의 압박에 막히고 기본적인 패스도 제대로 연결이 안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지난 4라운드 때 삼프도리아가 느꼈던 감정이 바로 오늘 토리노가 느꼈던 감정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벤투라 감독은 벨로티, 아쿠아 대신에 막시 로페즈와 베나시를 투입합니다. 교체 투입된 막시 로페즈는 그나마 영 제대로 되지 않던 토리노의 공격 상황에서 그나마 30여 분 동안 고군분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벨로티 역시 공격상황에서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도 있겠지만요. 여하튼 이 교체들로 상황이 타개되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70분에 라치오의 두 번째 득점이 나옵니다. 이 실점 장면 역시도 골킥 - 헤딩 패스 - 클로제의 밀어주기 - 펠리페 안데르손의 드리블과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었기에 충분히 라치오의 작품이라 할 만 합니다만, 그렇다고 이 장면에서도 토리노 수비의 문제가 없던 건 아니겠지요. 문제들은 아래에 몰아서 쓰겠습니다. 여하간 2-0이 되자 경기는 상당히 루즈하게 흘러갔습니다. 이 경기의 분위기로 볼 때 토리노가 2골 이상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저는 적어도 1골만은 넣기를 바랐습니다만 토리노의 공격 시 플레이는 그전보다도 훨씬 더 좋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1-0 상황에서나 2-0 상황에서나 그리 크게 달라진 건 없더군요.
경기 종료 직전에 토리노의 공격을 막아낸 라치오가 역습을 전개, 펠리페 안데르손이 1골을 더 추가하면서 3-0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어제 셀타비고 -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마르셀로가 넣었던 골과도 같은 느낌이었기에, 별반 감흥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실점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이기에 3-0이라는 스코어 차는 상당히 좋지 않은 것이겠지요. 여하튼 경기는 이렇게, 라치오의 마지막 골과 함께 끝났습니다. 

3. 문제점들 및 선수평
우선 무엇보다도 수비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오늘의 3백을 구성했던 보보-글릭-모레티 모두가 경기 내내 그리 좋지 않은 플레이였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보보가 가장 나쁜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봅니다. 다른 것 다 그만두고라도, 3골 모두 토리노의 오른쪽 부분에서 라치오의 플레이가 전개되어 실점했다는 것만으로도 변명의 여지는 없겠지요. 뭐 세 번째 골이야 그렇다 치지만, 첫 번째 상황의 경우 클로제를 보보가 막아 냈어야 했다고 보고, 두 번째 실점의 경우에도 왜인지 모르게 펠리페 안데르손을 마지막까지 따라간 건 바셀리였고 보보는 저 뒤에서 따라오는 모양새였습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수비가 되었다고 하기가 어렵지요.
그렇다고 글릭이나 모레티가 잘했다는 건 아닐 겁니다. 글릭은 두말할 나위 없는 토리노 최고의 수비수입니다만, 첫 실점 상황(중앙에 있던 룰리치에 대한 대비의 부족)이나 두 번째 실점 상황(공을 바라보다가 클로제의 플레이를 놓치고 실점으로 이어지게 됨) 모두 글릭의 책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나마 모레티가 종종 패스미스를 제외하고는 나았다고 보고요.
그리고 미드필더진의 문제 - 이는 특히 3백 바로 앞에 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맡았던 비베스는 이론의 여지없이 최악이었습니다. 비단 실점상황에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비베스는 그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3백 앞에서의 보호와 빈 공간 커버를 전혀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공격 전개시의 시작점 역할도 오늘의 그는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요. 물론 비베스는 나이가 많은 노장인지라 노쇠화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긴 하지만, 현재 이 자리의 주전인 가찌가 부상으로 빠져 있고, 대체재라 할 만한 오비는 쩌리에 가까우며 프르치치는 온 지 얼마 안 되는 유망주인지라 비베스가 나와야 한다는 상황 자체는 이해하겠습니다만, 그거 다 감안해서라도 오늘 그가 최악이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72분에 프르치치로 교체된 건 바로 이 점을 벤치에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공격 장면을 보자면 오늘 토리노의 공격을 그나마 어떻게든 이끌어 간 건 부상에서 복귀한 브루노 페레스였습니다. 역시 그의 드리블과 돌파력은 발군인지라, 오늘 경기에서 직접드리블로 상대를 돌파하여 위험지역까지 볼을 가져간 선수는 브루노 페레스가 유일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반대편의 몰리나로와는 대조적으로. 몰리나로 역시도 비베스와 마찬가지로 그 자리의 주전 아벨라르가 부상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중인데, 최악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잘 한다고는 더더욱 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이는 중입니다. 중앙의 아쿠아나 바셀리는 무언가 하나 둘씩은 모자란 모습들이 최근 들어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바셀리는 드리블이나 킬패스의 측면에서 아직 미완의 선수임을 보여주고 있고, 아쿠아는 탄력이나 드리블은 좋지만 아직 팀플레이가 미숙합니다.
보통 토리노 포워드 진은 콸리아렐라와 막시 로페즈가 이끈다고 알려져 있고 이 말이 사실이긴 하나, 이 경기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콸리아렐라는 라치오의 수비진들에게 완전히 잡아먹혀 버렸고, 오히려 벨로티가 토리노 포워드로서 나름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고 평해야겠습니다. 막시 로페즈를 넣는 건 당연한 조치기는 했지만, 벨로티보다는 콸리아렐라와 교체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간 오늘 경기는 토리노가 갖고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고, 만약 앞으로 토리노를 상대해야 하는 팀이 있다면 토리노의 약점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만큼 좋은 자료도 없을 겁니다. 반대로 토리노는 오늘 경기에서 만천하에 까발려진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패배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왜 이렇게 원정만 오면 팀이 비실비실해지는 건지. 원정에서만 벌써 3연패(키에보 - 카르피 - 라치오)입니다. 이번 시즌 홈경기에서는 상당히 강세를 보여주고 있지만(3승 1무) 원정에서는 그 반대로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1승 1무 3패). 게다가 이 3패는 최근 3경기라는 게 영 문제입니다. 1승도 프로시노네 원정에서 거둔 진땀승이었고요.(1무는 베로나 원정 2-2) 정말 카르피 원정에서만큼은 지면 안 되는 거였는데. 원정에서 이리 힘을 못 써서야 다다음 경기인 데르비에서 어떻게 제대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겠습니까. 

4. 다음
맨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옥의 일정을 보내고 있고, 다음 경기는 이 일정 중에서 그나마 전력상 가장 해 볼 만한 제노아와의 경기, 그리고 홈경기라는 이점이 있지만 문제는 주중경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토리노의 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경기인 유벤투스와의 데르비 경기.
참 일정이 뭐 같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고. 당장 바로 며칠 뒤에 있을 제노아전부터 준비해야지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제노아가 이번 시즌에는 전력보다 그리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고 순위도 아직은 아래쪽에 있으므로 제노아가 자신들의 페이스를 되찾고 올라오기 전에 상대해야 그래도 더 수월한 상대가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를 잘 해 놔야 그 상승세를 타고 더비까지 이어갈 수가 있겠지요.
카르피전 감상에서도 마지막에 이 말을 썼는데, 이번 시즌은 질 때마다 매우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는 거야 지는 거고, 더구나 오늘 라치오 같은 상대는 강팀이니까 지는 것도 충분히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지더라도 팬으로서 '그래도 잘 싸웠다' 같은 생각은 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LAZIO-TORINO 3-0
RETI: 40′ Lulic, 26′ st, 45’+3 Felipe Anderson
Arbitro: Mazzoleni di Bergamo (Barbinati-Marzaloni)

LAZIO (4-2-3-1): Marchetti; Basta, Mauricio, Gentiletti, Lulic; Biglia, Onazi (46′ st Morrison); Candreva (29′ st Kishna), Milinkovic, F. Anderson; Klose (33′ st Matri). 
A disposizione: Guerrieri, Berisha, Gil, Braafheid, Mauri, Djordjevic, Konko, Oikonomidis. 
Allenatore: Pioli

TORINO (3-5-2): Padelli 5; Bovo 5, Glik 5, Moretti 5.5; Bruno Peres 6, Acquah 5 (16′ st Benassi 5.5), Vives 4.5 (26′ st Prcic sv), Baselli 5.5, Molinaro 5.5; Belotti 6 (16′ st Maxi Lopez 5.5), Quagliarella 4.5. 
A disposizione: Castellazzi, Ichazo, Zappacosta, Martinez, Silva, Amauri, Pryyma. 
Allenatore: Ven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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