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Coppa Italia 4th Torino 4-1 Cesena 감상 토리노 FC


들어가며
리그가 한창 진행되는 중입니다만 유럽축구에는 리그 말고도 또 하나의 대회들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컵대회지요. 이 점은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닌지라, 코파 이탈리아(Coppa Italia)는 예로부터 세리에A와 함께 이탈리아의 가장 큰 축구 대회 두 개 중 하나입니다. 물론 현행 코파이탈리아는 강팀들, 정확히 말하면 전 시즌에 리그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팀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컵의 중요성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토리노는 이미 리그 시작 전에 코파이탈리아 3차 예선에서 페스카라를 4-1로 꺾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4차 예선에서 만날 상대는 체세나. 지난 시즌만 해도 세리에A에 있던 팀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토리노에게 두 번 모두 패했고(체세나 홈에서 3-2, 토리노 홈에서 5-0) 지금은 세리에B 4위에 있는 팀입니다. 아마 체세나가 토리노를 상대하는 기분은 지난날 토리노가 세리에B에 있을 때에 코파이탈리아 예선에서 세리에A팀들을 만났을 때의 제 기분이겠지요. 그 기분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팀 사정은 제쳐두고, 지금 토리노는 리그에서 한창 순위 경쟁 중이기 때문에 코파이탈리아에 쏟을 여력이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코파이탈리아를 아예 포기하고 리그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코파이탈리아 역시도 이름 없는 대회는 아니라서. 리그가 중요한 팀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군요.


경기 내용
무엇보다 토리노는 선발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에 있을 로마와의 경기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부상이나 벤치멤버로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 선수들을 주로 출전시켜서 경기 감각을 회복시키는 차원도 있겠지요.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드필더진이 베나시-가찌-바셀리라는 제 워너비 라인업으로 나와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경기 시작한 지 3분 만에 골을 넣으면서 토리노는 경기를 쉽게 가져갑니다. 코너킥에서 토리노 선수들이 헤딩한 볼을 체세나 키퍼 페데리코 아길라르디(Federico Agliardi)가 연이어 막긴 했지만 마지막 세컨볼을 가찌가 차 넣으면서 토리노가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피치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가찌가 정말 오랜만에 득점을 기록했다는 것과 나름 까다로운 상대라 할 수 있는 체세나를 시작부터 제압하고 갈 수 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득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세리에A와 세리에B의 차이는 아직 컸던 모양인지, 체세나는 토리노의 이른 선제골을 제외하고도 전반 초반부터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반전 내내 거의 반코트 경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토리노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지요. 그리고 그 공세 상황 속에서 13분에 토리노의 두 번째 득점이 다시 나왔습니다. 이 역시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것인데, 바셀리가 올린 코너킥을 가찌가 헤딩슈팅으로 연결했고, 아길라르디가 막았지만 제대로 처리하지는 못한 볼을 모레티가 달려들어서 손쉽게 차 넣었습니다. 토리노가 이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연속골을 넣는 건 흔치 않은 일인지라 오히려 제가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되는 경기였던 모양이지요.
그리고 남은 전반 내내 토리노는 공세를 이어갔습니다만, 몇몇 불운과 아길라르디의 선방에 막혀서 전반 동안에 추가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마르티네즈의 슈팅이 막시 로페즈에 맞는다던가, 골대에 맞는다던가 하는 등으로. 하지만 토리노의 공격 작업은 매우 마음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경기들에서도 오늘 경기처럼만 공격하면 참 좋으련만.
후반전에도 경기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인 문제나 체세나의 팀플레이가 조금씩이나마 살아난 것 같은 요인들로 인해 전반 같이 공격이 유려하고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심각하게 막힌 정도는 아니고, 전반이 마치 장애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순조로웠다면 후반은 거기에 조약돌 몇 개가 생겨난 정도랄까. 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후반에 토리노가 2골을 기록했으니까.
후반은 전반만큼 집중하면서 보지를 않아가지고 경기의 흐름이랄까 그런 거를 완전하게 쓰기는 어렵겠지만, 최전방의 막시 로페즈-마르티네즈 투톱이 멋있는 원투패스를 통해 한 골을 만들었고(막시 로페즈 51’), 경기 막판에 베나시가 직접 중거리슈팅을 날려 한 골을 추가했습니다(베나시 84’). 하지만 3-0 상황에서 토리노 선수들이 잠시 방심했던 것 같고, 체세나는 이 틈을 노려서 1골을 만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카시오네 67’). 하지만 체세나는 더 이상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토리노의 4번째 골이 들어간 이후로는 양 팀 모두 어느 정도 승패를 짐작한 듯한 플레이였습니다. 그리고 토리노는 교체 선수들로 모두 그간 경기에 뛰지 못하던 선수들(프르치치, 아마우리, 프리이마)을 투입하면서 확실히 이 경기에 선수들의 경기 감각 회복과 테스트의 측면이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토리노는 정말 오래간만에 다득점 경기를 가져가면서 코파이탈리아 4차 예선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이것저것
오늘 토리노에서는 못 한 선수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스코어차가 스코어차이니만큼.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도 미드필더진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위에서 적었듯이 오늘의 미들진은 기존 토리노의 주전 라인업이었던 베나시-가찌-바셀리였습니다. 그리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이 경기에서 저 라인업이 나온 것은, 아무래도 베나시와 가찌는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므로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측면, 또한 최근 벤투라 감독은 베나시나 가찌보다 아쿠아와 비베스를 더 중용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저들은 로마전을 대비하여 휴식을 취하게 하고 대신에 베나시-가찌를 내세운 측면 등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벤투라 감독이 왜 아쿠아와 비베스를 더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야 베나시와 가찌가 부상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요. 무엇보다 오늘 경기에서 저 3명은 최고의 활약을 보이면서 자신들이 왜 주전이 되어야 하는지를 입증했습니다. 가찌와 베나시는 모두 직접 득점을 기록했고, 특히 가찌는 첫 번째 골뿐만 아니라 두 번째 득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으며, 첫 골과 둘째 골을 만든 코너킥은 바셀리가 키커로서 찬 것이었습니다. 오늘 토리노의 승리 요인 중 가장 첫 번째로, 또한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 저 미드필더 라인업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주말 로마전에서도 저 라인업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테니 그 때는 기존대로 아쿠아와 비베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후로는 저 라인업을 보는 경기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수비진은 오늘 할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딱히 더 말할 건 없을 것 같고, 막시 로페즈와 마르티네즈의 투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저들 역시 훌륭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직 저 두 선수간의 팀플레이에서는 약간의 의문부호가 남기는 하지만(비록 막시 로페즈의 골이 저 두 선수간의 팀플레이기는 했으나) 양 선수의 개인기량이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 경기라는 생각입니다. 막시 로페즈는 최전방에서의 키핑과 볼 소유, 주변 침투하는 선수에게 넘겨주는 패스에 능한 측면이 잘 나타났고, 마르티네즈는 개인적인 돌파와 드리블, 스피드를 유감없이 나타내 보였습니다. 단 마르티네즈의 결정력은 아직도 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후반전이었던 거 같은데, 토리노의 슈팅이 키퍼를 맞고 나온, 체세나 선수들이 무방비 상태였던 세컨볼 상황에서 그 볼을 키퍼에게 그대로 안겨 준 마르티네즈의 행태는 보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뭐 마르티네즈야 좋은 슈팅들이 번번이 아길라르디에게 막히는 등 운도 따르지 않는 모습도 있었으니까요. 차차 성장하기를 바래야죠. 토리노에게는 벨로티도 있으니까.
여하튼 오늘 토리노의 플레이는, 후반 중간에 방심하다가 상대에게 실점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경기를 얼마 만에 보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앞으로는 정말 이 경기처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가며
오늘 경기를 이기면서 토리노는 코파 이탈리아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다음 16강전 상대는 바로 유벤투스입니다. 그것도 원정으로. 데르비를 한 번 더 하게 되었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벤투스 스타디움은 뭐랄까, RPG게임에서 최종 보스가 도사리고 있는 깊디깊은 던전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경기하는 더비는 마치 드래곤의 던전에서 최종 보스인 드래곤을 상대해야 하는 고독한 전사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 곳을 근 한 달 반 만에 또 가게 생겼군요. 16강전이 12월 16일이니까 앞으로 2주가 남았습니다. 지난, 지지난 원정경기에서는 그 던전에서 정말 잘 해 놓고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말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그 드래곤의 소굴에서 드래곤을 잡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 토리노 팬들에게 데르비는 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경기니까.
하지만 그 경기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건 주말의 로마전입니다. 로마가 지난주 아탈란타와의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지금 매우 독이 올라 있는 상태일 겁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로마 팬들이 팀을 성토하며 훈련장에 당근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아마 경기 시작하자마자 거세게 몰아붙일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저들은 다음 주에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있으니 그 경기를 위해서라도 기세를 올려놓으려고 하겠지요.
저렇게 독이 오른 거인을 정면으로 맞상대하는 건 하책일 겁니다. 저들의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저들의 시나리오를 망가트리고 카운터를 날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아주 단순한 계산입니다만, 토리노가 이긴 아탈란타가 로마 홈에서 로마를 이겼으니 토리노 역시도 충분히 로마를 상대해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오늘 경기는 결과적으로 얄궂게도 토리노에게 로마와 유베라는 두 강팀을 상대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저 두 경기들은 토리노가 지난 부진에서 벗어나 되살아났음을 테스트하는 시험대이자, 토리노의 재성장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TORINO - CESENA 4-1 (2-0)

Torino: Ichazo, Bovo (all'85' Pryima), Jansson, Moretti, Zappacosta, Benassi, Gazzi, Baselli (al 46' Prcic), Molinaro, Maxi Lopez (al 58' Amauri), Martinez. A disposizione: Padelli, Castellazzi, Acquah, Belotti, Vives, Glik, Bruno Peres. 
All.: Ventura. 

Cesena: Agliardi, Renzetti, Magnusson, Lucchini, De Col (al 46' Perico), Moncini, Cascione, Valzania, Tabanelli, Rossetti, Molina (al 59' Ragusa). 
A disposizione: Gomis, Menegatti, Gasperi, Succi, Varano, Raspini, Severini. 
All.: Drago. 
Arbitro: Mariani di Aprilia. 

Reti: Gazzi 3' (T), Moretti 13' (T), Maxi Lopez 51' (T), Cascione 67' (C), Benassi 84' (T). 
Spettatori: 4.962 paganti. 
Note: Ammoniti Magnusson, Renzetti, Cascione, Lucchini e Valzania tutti per gioco falloso, recupero 0' pt, 4'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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