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Coppa Italia OF Juventus 4-0 Torino 감상 토리노 FC


들어가며
이렇게 감상 쓰기 싫은 경기는 참 오랜만이로군요. 정말 무엇을 위해서 밤을 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예전 강등당하기 전에야 막 밀란한테 5-1로 지고 인테르한테 4-0으로 지고 그러기도 했습니다만 다시 세리에A에 복귀한 이후 이런 식으로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처참하게 진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크게 질 때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아마 그래서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 경기는 다른 경기도 아니고 데르비니까 더욱더 화가 납니다. 최소한 데르비에서는, 12-13시즌 승격 첫 해에 원정가서 글릭이 퇴장당하고 3-0으로 진 경기 말고는 어떻게든 잘 싸우곤 했었는데. 오늘은 왜 이따위였는지. 웬만하면 경기감상 인트로에는 경기 결과 이야기를 안 쓰려고 하지만, 이 경기는 안 쓸 수가 없는 경기였습니다.
뭐 저야 그렇다치더라도 지암피에로 벤투라 감독으로서도, 이 경기가 토리노 감독직을 맡은 이후 194번째 경기로서 루이지 라디체 감독의 193경기 기록을 경신하는 날이었는데, 그 기념할 만한 경기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으니 그 기분이야 더하겠지요. 게다가 그냥 진 것도 아니고 벤투라 감독이 팀을 맡은 이래 194경기 중 최다골차이 패배 타이기록(4골차, 14-15시즌 제노아 5-1토리노 경기와 타이)이 세워지면서 졌으니까요. 그리고 데르비에서 4골차로 진 건 2002년 11월 17일 0-4로 진 이후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경기
이 경기 전에 열렸던 코파 이탈리아 경기들 중 로마-스페지아, 피오렌티나-카르피 경기는 모두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던 팀이 진출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쾌거들이 토리노에게 좋은 일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여튼 이번 경기 소집명단에 정말 오랜만에 아벨라르가 들어간 좋은 소식이 있었지만, 이 경기는 예상과 달리 토리노와 유벤투스 모두 상당한 베스트 라인을 가동한 경기였습니다. 토리노에서는 파델리 골키퍼 대신에 이차조 키퍼가 들어갔을 뿐 나머지는 베스트 일레븐과 다를 바 없고, 유베도 부폰과 바르잘리, 만주키치 대신 네투, 루가니, 자자가 나온 것 말고는 생각보다 훨신 더 좋은 라인업을 구성해서 들고 나왔습니다.
전반전부터 어차피 이 경기는 유벤투스 공격-토리노 수비의 형국이 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긴 했으나 좀 루즈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경기를 루즈하게 만드는 것도 토리노의 특성인지 최근 몇 경기들은 대부분 그닥 재미가 없었어요.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번 경기의 행방을 결정지은 첫 번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유벤투스의 시모네 자자(Simone Zaza)는 초반부터 매우 거친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전반 23분에 경고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25분 자자가 이차조에게 태클을 날렸고 이차조가 넘어지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명백한 파울성 플레이였고 경고를 받아야 마땅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베리 주심은 아무런 파울을 불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그가 경고를 받으면 경고누적으로 퇴장이 되어야 했고 그 때문에 한 번 넘어간 건지는 모르지만 이 장면에서는 당연히 옐로카드를 꺼내야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넘어간 자자는, 그 바로 1분 뒤에 모라타의 크로스를 왼발 발리슈팅으로 골로 연결합니다. 이 실점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는 토리노 수비수들이 모라타도 자자도 전혀 막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애초에 모라타의 드리블을 보보가 막지 못했고, 글릭이 나가 있는 상황에서 자자를 막아야 할 모레티 역시도 제 위치에 있지 않았었으므로 자자는 대단히 자유롭게 슈팅을 가져갈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자자는 제대로 판정만 되었다면 그 때 피치 위에 없어야 할 선수라는 것이지요.
뭐, 그 때까지는 그래도 아직 한 골이고, 유베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기는 어려운 이상 선수들도 실점은 각오하고 나왔을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양팀 모두 좀 거칠어지는 양상이 있기는 했지만 그 이외의 장면들은 따로 적을 만한 것이 없을 것 같고, 그렇게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을 지나 후반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후반전 시작 직후, 이 경기의 행방을 결정지은 두 번째 사건,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이 경기 전체를 결정지은 사건이 터집니다.
후반 3분, 토리노 진영 왼쪽 측면에서 몰리나로가 리히슈타이너에게 무리하게 달려들어 태클을 한 후 두 번째 경고, 즉 퇴장을 당합니다. 그 전까지 불만족스러웠던 도베리 주심의 판정 성향과는 별개로, 이 경고(누적에 이은 퇴장)에 대해서는 딱히 불만을 제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저 상황에서의 태클은 부자연스럽고 무리한 것이었어요. 뭐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쓰겠습니다만 이 퇴장이 나오고 유베가 얻은 프리킥은 곧바로 자자의 두번째 득점으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이 일련의 사태, 즉 몰리나로의 퇴장과 곧바로 이어진 자자의 득점은 이 경기의 추를 완전히 유베 쪽으로 돌려 놓았고 이 때 이미 승패는 결정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번째 실점 상황 몇 분 후이겠군요. 자자의 2번째 골 직후, 후반 7분에 자자는 또다시 벨로티에게 거친 태클을 했습니다. 그전 상황에서 경고를 받지 않았다면 이 태클 장면에서라도 두번째 경고를 받고 경기장에서 쫓겨났어야 해요. 하지만 도베리 주심은 이 때에도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자자는 곧바로 디발라와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가고. 지난 로마전 감상에서 제가 나잉골란을 비난했지만 자자에 비하면 나잉골란은 신사였습니다. 당연히 퇴장을 당해야 할 자가 두 번이나 심판의 묵인 아래 경기장에서 마구 날뛰는 꼴이라니요. 저런 자가 아주리에 뽑혀 가니까 아주리가 이 따위 지경이지. 경기 끝나고서 인터뷰를 보니 여태까지도 자기가 저지른 짓을 인정하지 않고 헛소리를 하더군요. 다른 팀 걱정을 할 때가 아니긴 하지만 유베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저런 인격적으로 덜 된 자를 데리고 있어선 안 될 겁니다.
이 이후는 그다지 쓰고 싶지 않군요. 어차피 숫적 우위의 유베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이후 내리 2골을 더 내준 경기입니다. 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언급할 건 아벨라르가 드디어 피치 위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 외에는 달리 적을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적고 싶지도 않습니다. 실점상황 자세히 적어 봐야 화만 나지.

문제
위에서 상대 선수나 심판은 비판할 대로 했습니다. 이제 토리노 이야기를 합시다. 왜 이따위로 비참하게 패배했는가에 대해서.
그 누구나 제일 먼저 지목해야 할 선수는 퇴장당한 크리스티안 몰리나로(Cristian Molinaro)임에 틀림없습니다. 벤투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몰리나로가 퇴장당했을 때 경기는 끝났다'고. 그만큼 몰리나로의 퇴장은 이 경기 전체를 결정짓는 사건이었습니다. 헌데 그러면 그 퇴장이 정말 불가피한 퇴장이었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으니까 문제지요. 거기서 도대체 왜 그런 쓸데없고 무리한 태클을 들어가가지고 퇴장을 당하는지. 본인이 이미 경고 한 장이 있는 상태였다면 좀 스스로 자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뭐 경기 때마다 보아하니 항상 경고 받고 나서도 계속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듯한 수비로 일관하더군요. 언젠가는 저거 크게 터지겠다 했는데 오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터졌습니다. 
제가 그간 경기 감상들을 쓰면서 몰리나로를 비판하지 않은 날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그간 몰리나로의 퍼포먼스는 좋지 않은 것이었지요. 아벨라르 부상 이후 그를 대체할 선수가 토리노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 따위 최악의 퍼포먼스로도 지금껏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애초에 원래 주전감 선수도 아니었었으니까. 이번 1월 이적시장에서는 다른 레프트백 한 명 영입하고 몰리나로는 3번째 옵션으로 내리던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내보내던지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수비진, 즉 3명의 센터백 이야기를 하지요. 오늘 3명의 센터백들은 다들 불안불안했습니다. 보보나 모레티는 실점상황에서 증명되듯이 선수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글릭은 지나치게 앞에 나서서 수비를 하려고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도 글릭은 중요한 클리어링도 몇 번 한다든지 하는 등 그나마 이 세 명 중에서는 제일 나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보보와 모레티였겠지요. 퇴장 이후의 상황이야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그 이전 상황에서도 보보와 모레티, 특히 보보는 모라타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포워드진이야 따로 이야기할 게 없기 때문에 - 무언가 이야기를 할 만한 활약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 넘어가도록 하고, 미드필더진 이야기는 잠깐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계속 안 좋은 눈으로만 보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쿠아(Afriyie Acquah)의 플레이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몰리나로와 마찬가지로 아쿠아도 그간에 제가 매우 호되게 비판하던 선수인데, 가면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가 심해집니다. 그간 누누이 적었듯이 아쿠아의 장점은 신체능력과 그를 이용한 활동량 및 드리블이고, 단점은 패스나 공간 움직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적 측면인데, 가면 갈수록 단점이 장점을 잡아먹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쿠아가 볼을 잡으면 어김없이 흐름이 끊기고, 볼을 끌다가 뺏기던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패스로 소유권을 상대에 넘겨주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벤투라는 도대체 뭘 보고서 아쿠아를 계속 기용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이야 베나시가 부상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했지만 다른 경기들에서도. 게다가 평점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군요. 내가 축알못이라 제대로 보질 못하는 건지 원.
아, 키퍼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경기 시작 전까지도 중요한 경기이니 파델리를 쓸 것이냐 아니면 컵대회에 계속 나왔던 이차조를 쓸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으로 압니다. 결과는 이차조였고요. 경기가 다 끝난 이후 시점에서 보자면, 실점 장면에서는 키퍼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그것을 크게 뭐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리고 토리노 팬이 아닌 누군가는 이차조의 킥 능력이 매우 좋지 않아서 볼 소유권을 그대로 상대에게 헌납했다는 말을 하기도 하던데, 어차피 리그경기에서 파델리도 항상 그런 식으로 공을 내주곤 했기 때문에 토리노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장면입니다. 어차피 그런 거로는 파델리나 이차조나 큰 차이가 없더군요. 정말 그전까지만 해도 마테오 세레니라든가 하는 키퍼가 믿음직스러웠던 토리노 키퍼진이 왜 이따위 지경이 되었는지 개탄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토리노 선수 전체적으로 나타났던 문제점을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그전에 군대에 있을 때, 휴식시간에 플스를 가지고 선후임들과 위닝을 하곤 했는데 어느 후임에게만큼은 정말 도저히 이기지 못했었습니다. 어느 날 역시 여럿이서 위닝을 하는데 그 후임이 이렇게 언급하더군요. 제(글쓴이)가 수비를 할 때에 보통 뒤로 물러나서 지키기보다는 선수를 전진시키면서 공을 가진 선수에 가까이 접근하려 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 타이밍에 빈 공간을 공략해가지고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오늘 토리노가 딱 그 때 제 수비 스타일대로 플레이하고 패망했습니다. 라인을 지키려면 지키던가, 여럿이서 게겐프레싱을 하려면 하든가 하지 왜 자꾸 한 명씩만 상대 선수들에게 달라붙어서 공간을 내주는 건지. 유베 선수들의 기량이라면 이 상황에서의 빈 공간을 활용하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특히 이런 수비 패턴이 가장 잘 나타나고 그래서 가장 문제가 되는 선수가 바로 몰리나로와 아쿠아입니다. 특히 몰리나로. 뭐 이 두 선수만 집을 게 아니라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다 그랬습니다. 글릭부터 보보, 모레티, 바셀리, 가찌 등등. 이러니 위기를 맞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지요.
그래도 글은 긍정적인 것으로 마쳐야 하겠기에 길었지만 하나만 더 적겠습니다. 그래도 오늘 아벨라르가 피치를 밟은 것은 나중을 위해서 정말 좋은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벨라르가 지난 9월 13일 베로나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근 3개월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건데, 오늘은 경기감각이 돌아오지 않았을 터이므로 벤치에서 출발했겠지만 이제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그 몰리나로를 벤치로 내리고 말이지요. 이제 더 이상 몰리나로는 제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후로 아벨라르의 활약을 기대해야겠습니다.

맺음
쓰다 보니 열불이 나서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오늘 경기는 정말 근 몇 년 동안에 있었던 경기들 중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특정한 선수가 그 패배의 책임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늘은 감독, 선수들 전부 다 못했고, 그래서 이런 스코어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토리노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데르비에서. 이 패배의 후유증은 상당할 겁니다. 지난 데르비처럼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하며 진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의 후유증이.
지난 토로뉴스에는 이번 데르비와 주말의 우디네세전을 잘 치르면서 2015년을 잘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데르비는 더 이상 나쁠래야 나쁠 수 없는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이번 주말의 우디네세전에서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할 겁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주전들이 대거 출장했으므로 체력적인 문제가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그건 우디네세도 코파이탈리아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우디네세전은 2015년 토리노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이번 데르비의 비참한 패배로 인해 땅에 떨어진 팀의 사기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리는 차원에서라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팀의 긍정적인 면모를 어떻게든 되찾아내고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2016년을 맞이하기 위해서.

 

JUVENTUS - TORINO 4-0 (1-0)

Juventus: Neto, Rugani, Bonucci, Chiellini, Lichtsteiner, Khedira (all'81' Padoin), Marchisio (all'87' Hernanes), Pogba, Alex Sandro, Zaza (al 53' Dybala), Morata.
A disposizione: Buffon, Rubinho, Caceres, Barzagli, Evra, Sturaro, Cuadrado, Mandzukic.
All.: Allegri.

Torino: Ichazo, Bovo, Glik, Moretti (all'82' Avelar), Bruno Peres, Acquah, Gazzi, Baselli (al 64' Silva), Molinaro, Belotti (al 64' Quagliarella), Maxi Lopez.
A disposizione: Padelli, castellazzi, Zappacosta, Jansson, Pryima, Prcic, Vives, Amauri.
All.: Ventura.

Arbitro: Doveri di Roma. 
Reti: Zaza 27', 51', Dybala 73', Pogba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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