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시즌 토리노의 수비문제 및 그 현상에 대하여 토리노 FC

2016-17시즌 토리노의 수비문제 및 그 현상에 대하여

 
Aminohiley

 


목차

1. 머리말
2. 토리노 수비진의 구성
3. 문제점 1 - 공간과 위치선정과 마킹
4. 문제점 2 - 수비라인과 미드필더간 공간
5. 문제점 3 - 전반과 후반의 차이
6. 문제점 4 - 개인 기량
7. 토리노의 미봉책
8. 맺음말




1. 머리말

2016-17시즌의 토리노는 팀의 방향성이 이전 시즌들과 대단히 많이 바뀌었다. 이전까지의 토리노는 벤투라 감독 지휘 아래 3-5-2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3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단단하고 투쟁적인 선수들로 구성하여 수비적으로 잘 구성된 팀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토리노는 정반대로 최대한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을 추구한다. 최전방의 3톱을 위시하여, 미드필더들 역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한 시즌만에 팀 색채가 완전히 바뀌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임 벤투라 감독과 현임 미하일로비치 감독의 성향 차이뿐만 아니라 선수 구성의 차이 등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바뀐 팀 색채는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가져왔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비력의 지나친 저하이다. 벤투라 감독의 마지막 시즌은 2015-16시즌에도 토리노는 실점을 상당히 많이 하면서 수비진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와 더불어 감독이 새롭게 바뀌면서 기존 수비라인을 구성하던 선수들은 대부분 이적하였으며 완전히 새로운 수비라인이 구성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비라인의 수비력도 여전히 좋지 못하다. 수비력으로 비판을 받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더욱 심각해졌다. 공격진이 많은 득점을 기록한다 해도 그에 못지 않게 수비가 버티지 못하고 실점을 계속하면서 팀의 순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팀이 목표로 하는 유로파 진출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수비라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 글에서는 토리노 수비라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하고서 내린 평가가 아니라 영상으로 파악한 것이므로 이 분석에는 오류나 간과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영상만 가지고도 충분히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을 만큼 토리노의 수비력 문제는 심각하다. 이 글에서 개선 방안까지 제시할 수는 없지만, 문제점에 대한 분석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의를 가지고 있으리라 본다.


2. 토리노 수비진의 구성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리노는 수비수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주장 카밀 글릭을 비롯하여 니콜라 막시모비치, 브루노 페레스 등이 모두 이적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신임 감독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SD 지안루카 페트라키를 비롯한 토리노 보드진은 새로운 영입 선수들로 수비라인을 재구축했다. 당사자들은 언급을 하지 않지만, 이 수비진 교체 작업은 미하일로비치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로 수비라인을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가령 체사레 보보의 경우 충분히 팀내에서 로테이션 이상의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다가 페스카라로 쫓겨가듯 이적하였다. 이는 미하일로비치가 보보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며, 보보도 이적 후의 인터뷰에서 간접적으로 암시한 바 있다.
2월 20일 현재 토리노의 수비수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들은 총 9명이다. 먼저 센터백 자원들을 살펴보자. 만일 부상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할 경우, 4백의 주전 센터백 2명은 로세티니와 카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선수들은 실제로 출전 횟수가 가장 많다(로세티니 18, 카스탄 13). 이들 중 하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레티가 그 자리를 메꿀 1순위이며(선발 13) 아예티는 지금까지 단 2경기에만 나왔을 뿐이다.
양 측면의 경우, 오른쪽 풀백은 사파코스타와 데 실베스트리가 경쟁 중이다. 사파코스타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선발 16, 교체 3) 데 실베스트리는 시즌 초의 부상 이후 사파코스타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었다가 사파코스타가 잠시 부상당하면서 경기에 나오는 횟수가 다시 늘었다(선발 11, 교체 1). 왼쪽 풀백은 바레카가 독점적으로 출전하고 있다(선발 20, 교체 1). 바레카가 실력이 좋아서 자주 출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바레카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왼쪽 풀백은 몰리나로와 아벨라르가 있으나, 두 선수 모두 장기부상을 입어 경기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바레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출전 횟수로 볼 때 토리노의 주전 4백은 왼쪽부터 바레카, 카스탄, 로세티니, 사파코스타이다. 이 중 중앙수비에는 모레티가 나올 수도 있고 오른쪽에는 데 실베스트리가 나올 수도 있다. 왼쪽은 바레카 이외에 기용가능한 선수가 없다.
시야를 잠시 넓혀 미드필더 자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어느 팀의 수비 역량을 판단할 때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미드필더들에 대한 분석도 필수적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발디피오리가 가장 많이 나왔다(선발 20). 최근엔 루키치가 미하일로비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출전 횟수를 늘려가고 있으나(선발 2, 교체 4) 아직 발디피오리가 앞서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앞의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에는 베나시와(선발 21, 교체 2) 바셀리가(선발 15, 교체 9) 확고한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비(선발 9, 교체 8)와 아쿠아(선발 5, 교체 7)은 로테이션이라고 보기에 어려우며 서브 자원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합하다.
선수 개개인의 면면으로 볼 때 토리노 수비진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카스탄은 비록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기량이 정체되기는 했지만 각광받던 수비수였고, 사파코스타와 바레카는 이탈리아의 양쪽 사이드백 유망주로서 각광받고 있다. 로세티니는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세리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수비수이다. 하지만 이들 조합을 대표로 하는 토리노의 수비진은 현재(2월 20일)까지 25경기 40실점을 기록하였다. 강등권 언저리의 클럽과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토리노 수비진은 경기 중에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가?


3. 문제점 1 - 공간과 위치선정과 마킹

현대축구에서 수비의 기본은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어떤 상황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정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수비를 할 때 각 선수들마다 어느 위치에 서서 어떤 공간을 커버하는가, 혹은 어떤 선수를 맡아서 막는가를 상황 변화에 따라 재빠르게 인식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 보는 사람들은 '이 팀의 수비가 엉망이다'라고 한다. 가령 공격상황에서 상대 공격수가 전혀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있는 장면은 종종 나올 수 있지만, 그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이는 수비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리노 수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아래 장면을 보자.

3-1

25R 로마 원정 경기에서, 살라에게 2번째 실점을 할 때의 장면이다. 상대가 페널티 박스 쪽으로 공을 투입하려 하며, 모레티와 바레카는 제코를 마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데 실베스트리도 시선은 제코 쪽에 가 있으며, 루키치와 사파코스타는 약간 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살라에게 주의를 기울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살라는 제코 가까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리노 선수들의 시선은 공과 공이 향하는 곳에 있는 제코에게 쏠려 있다. 위치로 볼 때 살라에게 주의를 기울일 위치의 선수는 바레카와 바셀리 정도인데, 바레카는 이미 제코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바셀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공만 바라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일 살라에게 공이 연결된다면 토리노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공은 살라에게 연결되었고 살라를 막는 토리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바셀리가 뒤에서 급히 따라오지만 이미 늦었다. 살라의 이 골장면은 살라의 킥력이 돋보인 장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살라를 막을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던 토리노 선수들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3-2

18R 제노아 홈경기에서의 장면이다. 제노아의 코너킥 이후 걷어낸 볼을 제노아가 다시 받아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이다. 세트피스 상황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시간적 특성상 수비수들의 위치가 고르지 못하다는 점은 참작할 만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지적할 점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페널티 박스 정면 쪽에 제노아 선수들 3명이 있으므로 여기에 신경을 썼을 수는 있지만, 그 사이에 시메오네는 완벽한 프리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장면을 보면 로세티니가 이를 뒤늦게 깨닫고 급하게 달려가는 걸 볼 수 있다. 비록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점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공간 배분의 문제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드러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3-3

23R 엠폴리 원정경기에서의 장면이다. 엠폴리의 21번 파스쿠알이 크로스를 올릴 때, 페널티박스 안에는 토리노 선수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모레티만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고, 다른 선수들은 크로스를 바라보고만 있다. 토리노 선수 4명 사이에 음체들리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있으며, 오버헤드킥으로 골문을 살짝 벗어나는 슈팅까지 기록했다. 음체들리제가 크로스를 받기 위해 좋은 공간으로 파고들었다고 말하기보다, 토리노 선수들이 PK 박스 안에서 음체들리제를 그대로 놓아 두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하다. 다시 말하면 음체들리제에 대한 대인방어를 간과하였으며, 공간을 그대로 허용했다고 하겠다.

3-4

21R 볼로냐 원정경기에서, 제마일리에게 첫 실점을 할 때의 장면이다. 얼리 크로스에 맞춰 페널티 박스 정면 쪽으로 볼로냐 선수 3명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토리노에서 이를 막아야 할 사파코스타와 로세티니는 모두 공 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볼로냐의 11번 크레이치는 사파코스타가, 10번 데스트로는 로세티니가 일대일로 마크한다 쳐도 31번 제마일리를 막을 선수는 없다. 그나마 베나시가 붙어 주어야 하겠지만, 오른쪽에서 보듯이 베나시는 커버가 매우 늦었다. 이 와중에 다른 센터백 모레티는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으며 들어오는 것도 늦었다. 터치라인 쪽의 볼로냐 선수의 침투에 대비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판단은 좋지 못했다. 오른쪽에서 보면, 볼로냐의 11번이 헤딩으로 제마일리에게 연결해 줄 때 로세티니는 제마일리와 데스트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파코스타가 무력화되었고 베나시의 커버가 늦은 데다가 좋지 못하면서 로세티니는 혼자서 두 선수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이 와중에 제마일리는 대단히 자유롭게 슈팅까지 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토리노 수비진 선수들의 공간 배분 및 대인방어의 분담이 애매하다는 점은 토리노 수비의 약점 중의 하나라 할 만하다. 특히 크로스 상황에서 이 문제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토리노가 세트피스를 포함한 상대방의 측면 크로스로 많은 실점을 허용하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수비 조직력의 문제이기도 하며 감독의 수비전술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단지 수비에 선수를 세워 두기만 하면 수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비시에 발생하는 공간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들어오는 선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까지 토리노는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 하다.


4. 문제점 2 - 수비라인과 미드필더간 공간

위 단락에서는 대체로 지공(遲攻) 상황에서의 수비적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하지만 토리노는 상대의 지공을 막아낼 때만 아니라 상대의 속공(速攻)을 상대할 때에도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단락에서는 상대가 빠른 공격을 전개할 때 어떤 문제점이 나타나는가에 대하여 언급하겠다.
속공시의 수비 문제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먼저 토리노 미드필더진과 양 사이드백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선수구성에 대해서는 2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데, 미드필더진과 사이드백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격시에 전방으로 나아가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양 측면의 사파코스타와 바레카는 4백의 사이드백이지만 3백의 윙백과 같이 공격가담이 매우 활발하다. 미드필더진의 바셀리, 베나시도 전방의 3톱과 더불어 공격침투가 매우 활발한 미드필더들이다. 이들의 공격가담은 전방 3톱과 더불어 토리노 공격을 이끄는 주요 원동력 중 하나이며 실제로 공격 포인트도 상당히 많이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양 사이드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공격가담은 수비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일 토리노가 공격하다가 공을 탈취당해 역습에 직면할 때, 역습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센터백 2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3명밖에 남지 않게 된다. 여기에다가 토리노의 수비를 더 약하게 만드는 요소는 양 사이드백과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의 수비 복귀가 그리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 베나시와 바셀리의 수비가담은 매우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때로는 미드필더와 수비라인 사이의 공간을 그대로 내주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미드필더진의 서브자원인 오비와 아쿠아도 수비가담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큰 차이가 없다. 아래 장면을 보자.


4-1

11R 우디네세 원정경기에서의 장면이다. 이 상황은 토리노가 공격에 주력하다가 역습을 당할 때 어떤 패턴이 나오는지 잘 보여 준다. 우디네세의 역습 상황에서 토리노 진영에는 3명(데 실베스트리, 로세티니, 모레티)이 있으며, 두반 사파타의 가까운 위치에 있다. 하지만 바레카의 수비 복귀가 우디네세의 공격속도에 비해 빠르지 않으며, 루키치는 순간적으로 상당히 앞쪽에서 우디네세의 2명을 상대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루키치와 수비진 사이의 공간은 매우 넓다. 그 옆의 토리노 미드필더(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음)의 수비 가담도 매우 느리다. 그 결과, 우디네세의 77번 테레우가 공을 받아 전방을 향하는 데 성공하면서 다음 장면에서 보듯이 토리노 수비 3명 vs 우디네세 공격 3명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루키치는 테레우를 놓치고 뒤에서 따라가기만 할 뿐, 테레우와 그 옆 포파나에게는 앞에 매우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이 공격은 포파나의 슈팅을 하트가 잡아내면서 끝났지만, 토리노 수비가 역습시에 대처하는 문제점이 노출된 장면이다.

4-2

17R 나폴리 원정경기에서 키리케슈에게 4번째 실점을 할 때의 장면이다. 나폴리가 속공을 전개하여 메르텐스가 공을 잡고 드리블하고 있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토리노 수비진에는 3명이 있으며(로세티니, 모레티, 바레카) 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 루키치가 있고 베나시는 수비에 가담하러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간의 간격이 상당히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축구에서 꺼리는 것 중에 하나가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라인간의 간격이 넓은 것과 선수들간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은 것인데, 토리노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단락의 주제와는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다음 장면을 보면 바레카는 중앙으로 침투하는 키리케슈를 막기 위해 들어가고 있으며 따라서 측면은 텅 비게 되었다. 루키치가 메르텐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베나시는 거의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바레카는 측면을 내주더라도 중앙으로 침투하는 키리케슈를 막고자 중앙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바레카의 미스는 측면과 중앙을 모두 신경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측면으로 카예혼에게 공이 연결되자 바레카는 다시 측면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 모레티는 공만 바라보고 있으며 배후에서 키리케슈가 들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요약하자면 역습시의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 및 공간 방어, 대인 방어에서 모두 미스를 범한 장면이라고 하겠다.

4-3

16R 유벤투스와의 홈경기에서 이과인에게 첫 실점을 할 때의 장면이다. 토리노가 공격을 하다가 공을 뺏겨서 유벤투스의 공격이 전개되고 있다. 이 장면에서 주목해 볼 점은 최후방 수비라인과 그 앞 라인간의 간격이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토리노 최후방에는 로세티니 혼자 있다. (측면에 사파코스타가 있었지만 이 상황에 빠르게 가담하지 못할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듯 그 앞에 발디피오리, 카스탄, 바레카가 나란히 있었다. 그런데 로세티니와 이 3선수 사이에 이과인과 만주키치가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수비라인이 제대로 위치하고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막 공을 잡은 콰드라도 옆에는 랴이치가 있었지만 그는 수비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공은 그대로 만주키치와 이과인에게 연결되었으며 이과인은 하트와의 일대일 찬스를 큰 무리 없이 가져갈 수 있었다. 로세티니는 이과인과 만주키치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이과인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4-4

10R 인테르 원정에서의 장면이다. 인테르가 속공을 전개하고 있는데, 역시 토리노 선수들 사이의 거리는 지나치게 넓다. 미드필더로서 수비에 가담해야 할 오비와 아쿠아는 저 앞에 있으며 공을 가진 선수와 매우 떨어져 있다. 그 뒤에는 발디피오리와 로세티니, 바레카가 있지만 이들 사이의 거리 역시 넓기는 매한가지다. 따라서 이 공이 전방의 이카르디에게 넘어간다면 수비수와 일대일 장면이 만들어지고, 다음 장면에서 보듯이 현실화되었다. 모레티로 이카르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이카르디의 슈팅은 옆으로 벗어났지만 4-1, 4-2 장면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속공을 상대할 때의 선수들간 간격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리하자면 토리노가 속공을 수비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으며 사이드백 및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속공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팀들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하지만 이를 전부 수비진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실 이 약점은 팀 전체의 전술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팀이 수비보다 공격을 중시하여 무게중심을 앞에 두고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지나치게 전진하게 되고 선수들 사이의 간격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역습을 당하면 필연적으로 위와 같은 패턴이 나온다. 즉 미하일로비치 감독 취임 후 팀이 공격적인 전술을 지향하였지만 이에 상응하는 역습 대비가 미흡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5. 문제점 3 - 전반과 후반의 차이

토리노의 경기 기록을 보면 전반에 득점하고 후반에 실점하는 경기가 매우 많다. 후반전 실점이 많다는 것은 후반에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토리노는 그 정도가 심하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24R 페스카라 홈경기의 양상을 되짚어 보자. 토리노는 먼저 5골을 넣으며 크게 앞서갔지만 후반 막판에 3골을 연이어 실점하였다. 이 3실점은 여러 원인이 있다. 센터백 아예티의 실수들, 크로스를 막지 못하는 고질적인 약점 등. 하지만 표면적인 원인보다 더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페스카라는 전반에 토리노의 수비를 거의 공략하지 못하였다. 단 한 번, 측면 크로스-헤딩으로 이어진 페스카라의 공격을 하트가 멋진 선방으로 막아낸 장면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후반 중반이 지나면서 페스카라는 본격적으로 측면 크로스 공격을 계속 시도하였다. 생각건대 후반 중반경부터 페스카라 측이 토리노 수비 공략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이와 같이, 토리노 수비의 공략법을 경기 전부터 터득하고 나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토리노 수비의 약점이 매 경기마다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 아무리 수비라인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시선을 벤치로 옮겨 보자. 미하일로비치 감독은 경기에 이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지키는 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가령 이번 시즌 토리노의 훌륭한 승리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6R 로마 홈경기를 보자. 토리노의 교체는 데 실베스트리↔사파코스타, 오비↔바셀리, 이아고 팔케↔마르티네즈였다. 모두 4-3-3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성 선수만 바꾼 것이다. 또한 토리노의 대승으로 끝난 12R 칼리아리 홈경기의 경우, 토리노의 교체는 바셀리↔오비, 벨로티↔막시 로페즈, 랴이치↔마르티네즈였다. 역시 전술의 변화는 없으며 그 위치에 그대로 설 수 있는 선수들의 교체이다.
선수교체로 파악해 본 미하일로비치의 전술은 후반에도 전반의 공격적 플레이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에 대한 집중도 일정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를 이기고 있으면 수비적인 교체를 단행해서 승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하일로비치 감독은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공격적 플레이를 이어가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체력 및 경기 집중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격적 플레이를 진행하다가 수비라인이 수비 집중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온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경기를 진행하면서 상대는 점차 토리노 수비의 공략법을 알아가게 된다. 반면 토리노는 경기 집중도가 떨어짐에도 감독의 지시로 계속 공격적인 플레이를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는 수비 집중에서 미스를 보이는 토리노 수비를 상대로 자신들이 파악한 공략법을 진행하여 공격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토리노 수비가 후반전에 실점을 많이 기록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6. 문제점 4 - 개인 기량

지금까지는 전술적인 부분에서의 문제 및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실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특히 몇몇 선수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시되는 부분이다. 
특히 언급할 만한 선수는 바레카이다. 왼쪽 사이드백 자원 중 사용 가능한 자원이 현재 바레카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2절에서 언급하였다. 바레카가 본격적으로 기용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공격적 재능이 빛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그의 경험 및 수비적 기량 부족이 팀에 큰 문제를 가지고 온 것 역시 사실이다. 다음 장면들을 보자.

6-1

6-2

첫번째 장면은 16R 유벤투스와의 홈경기에서 이과인에게 두 번째 실점을 할 때의 장면이다. 롱볼이 이과인에게 향하고 있으며 이과인을 막을 선수는 위치로 보아 바레카이다. 물론 이과인의 실력을 고려할 때 바레카가 이과인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바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바레카는 이과인에게 그대로 벗겨졌으며 성급하게 발을 뻗다가 이과인에게 좋은 슈팅 각도도 그대로 내주었다. 한편 두번째 장면은 25R 로마 원정경기에서의 장면이다. 바레카가 공을 가지고 있었지만 살라에게 공을 그대로 뺏기고 넘어지면서 살라가 골대를 맞추는 슈팅까지 그대로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이외에도 바레카의 미스로 인하여 토리노가 실점하거나 실점 위기를 맞은 장면은 상당히 많다. 바레카의 공격력은 확실히 미하일로비치 감독의 공격적 전술에 적합하지만 수비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아직 유망주 수준이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수비력 신장은 바레카와 토리노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바레카뿐만 아니라, 1R 밀란과의 원정경기에서 몰리나로가 오프사이드 라인도 맞추지 못하고 커팅도 실패하면서 바카에게 첫 골을 내주는 장면이라든가, 16R 유벤투스와의 홈경기에서 카스탄이 헛발질하고 넘어지면서 이과인에게 찬스를 내준 장면, 24R 페스카라와의 홈경기에서 모레티가 상대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어처구니없이 넘어지면서 위험한 장면을 맞았던 상황, 아예티가 23R 엠폴리 원정경기와 24R 페스카라 홈경기에서 연이어 실수를 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 등, 수비전술로 인한 문제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실수로 팀이 위기에 빠진 적 역시 많다. (특히 모레티의 경우 공간 커버나 대인 방어 등에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내었다) 개인 기량의 문제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는 하지만, 이 부분이 충분히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겨울 이적시장에서 제대로 된 수비수 영입을 하지 않은 보드진에도 일정 정도의 책임 소지가 있다.


7. 토리노의 미봉책

미하일로비치 감독을 비롯한 토리노 스탭들도 이 수비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다. 시즌 시작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수비불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실제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하일로비치 감독이 꺼내든 방책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가까운 것이었다.
토리노의 득점 기록을 보면 유달리 경기 초반에 터진 득점이 많다. 실제로 토리노의 득점 중 상당수가 전반 20분 이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득점이 아니더라도 토리노의 좋은 공격 기회 중 전반 초반에 나온 것이 상당수이다. 여기서 미루어 보건대, 토리노의 수비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기에는 무리인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경기 초반에 최대한 많은 득점을 해서 상대를 제압하고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후반전을 버티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반 초반에 2골 이상 득점을 기록한 경기들 – 가령 24R 페스카라 홈경기, 12R 칼리아리 홈경기 – 은 다득점 대승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 미봉책의 문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토리노가 전반 초반에 맹공을 퍼부은다고 해서 꼭 득점을 기록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전반 초반에 토리노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토리노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지루한 경기, 혹은 좋지 않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로 15R 삼프도리아 원정경기, 19R 사수올로 원정경기 등이 있다. 둘째로 일찍 선제실점을 한다면 팀이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7R 나폴리 원정경기, 25R 로마 원정경기 등이 그 사례이다. 셋째로 팀이 앞서가면서 전반을 마친다고 해도 후반에 수비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번째 문제점의 사례는 밀란과의 코파이탈리아 및 20R 경기, 22R 아탈란타 홈경기, 23R 엠폴리 원정경기 등 매우 많다. 24R 페스카라 홈경기에서도 5골을 먼저 넣었기에 망정이지 후반전에는 3골이나 실점하였다.
미하일로비치 감독은 토리노의 빈약한 수비력을 강한 공격력으로 커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아무리 공격력이 좋다고 해도 그 공격력이 모든 경기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비가 불안하면 모든 경기에서 실점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8. 맺음말

지금까지 2016-17시즌 토리노 수비의 문제점과 그 현상에 대해 분석하였다. 토리노 수비진은 현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문제점의 대부분은 현대축구에서는 기본적인 사항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미하일로비치 감독으로 바뀌면서 전술이 4-3-3으로 바뀌었고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걸쳐 공격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지만 수비력은 오히려 퇴보하게 된 셈이다. 현재 토리노가 중위권 정도의 순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불안한 수비를 공격으로 메꾸면서 겨우 버텨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리노의 공격력 상승은 감독이 바뀌면서 4-3-3 전술을 도입한 덕분이다. 전방의 3톱이 구성되었고 사이드백 및 미드필더들의 공격가담이 극히 활발해지면서 토리노의 공격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현 미하일로비치 감독의 전술은 토리노 수비 불안의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기도 하다. 수비 선수들의 공간 커버와 상대 선수 커버가 애매한 점, 상대의 속공시 공간이 지나치게 나타나고 선수들의 수비가담이 활발하지 못한 점 등은 수비 선수들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감독의 전술과도 무관하지 않다. 후반전에 급격하게 높아지는 실점율 역시도 마찬가지다.
팀의 수비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전술을 바꿀 수도 있고, 선수를 바꿀 수도 있으며,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성장하는 방법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감독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중 토리노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감독을 바꿀 수는 없고 선수 개개인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금은 이적시장 기간이 아니므로 선수를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현재 있는 선수들을 가지고 전술을 재조정하든가 해서 수비력을 신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공격력이 좋으면 경기를 이길 수 있지만 수비력이 좋아야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팀을 생각하지 않아도 2014-15시즌 토리노 스스로가 보여 준 바 있다. 수비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토리노가 바라는 순위로 올라가기 위한 기초적이자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시즌이 약 3달 정도 남은 현재 토리노가 과연 시즌 내내 이어진 수비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토리노가 현재 보여주는 공격력을 고려할 때 만약 토리노의 수비가 안정된다면 시즌 막판이라고 해도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해 볼 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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