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2015년 : 1편. 1~4월 - Il Derby e il San Mames 토리노 FC


2015년을 보내면서, 토리노의 1년을 한 번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은 토리노 역사에 남을 해라는 것이 분명하며, 그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고 또 그로 인해 팬심이 어느 때보다 더욱 고양된 해였기 때문이었다. 2015년은 토리노 서포팅을 한 지도 근 10여 년이 되어 가는 해이기도 하지만 올해만큼 팀을 관심있게 바라본 건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므로 현지 팬들이나 구단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1년을 셋으로 나누어, 1편은 1월부터 4월, 2편은 5월부터 8월, 3편은 9월부터 12월까지의 기간을 서술하였다.



 


2015년이 시작할 때의 토리노는 절대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2014년 10월 이후 근 2달에 걸쳐서 토리노는 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고 팀의 순위 역시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년 11월 30일 있었던 토리노 더비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인한 패배를 겪은 이후로 팀이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 위안거리였다. 12월 동안 팀은 유로파 리그 조별예선 6차전 쾨벤하운 원정경기에서 1-5로 크게 승리하면서 32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리그에서도 팔레르모, 엠폴리와 무승부를 거두고 나서 2014년의 마지막 경기인 제노아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2015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새해에 들어서서도 팀의 경기력이 바로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15년 첫 경기였던 1월 6일 키에보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었고 1월 11일 밀란과의 홈경기에서는 경기 내내 밀란을 몰아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골 결정력 문제를 드러내며 1-1로 비기고 말았다. 그것도 글릭이 후반 막판에 코너킥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은 것이었고 팀의 포워드들은 여전히 무기력했다. 1월 14일에는 코파 이탈리아 라치오와의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겨울 이적시장 내내 구단 측은 서포터들로부터 이적 시장 참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심각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특히 계속해서 문제로 대두된 공격 상황에서의 문제는 선수 영입이 있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였다. 몇몇 경기들에서는 아예 카이로 구단주 물러나라는 식의 걸개도 내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단은 1월 13일 키에보로부터 막시 로페즈를 선임대 후이적 방식으로 데려왔다. 처음에 막시 로페즈는 약간의 의문부호가 있었던 선수였지만, 그의 영입 효과는 1월 18일 체세나전에서 바로 드러났다. 수비라인에 서브 선수들을 대거 투입한 영향인지 팀이 수비적으로 크게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2-2로 비기고 있던 후반, 교체투입된 그가 경기 종료 직전(87’)에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체세나전은 이후 토리노가 연승 가도를 달리는 기점이 되었다.


이 체세나전을 시작으로 토리노는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순위를 13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1월 24일 인테르 원정 승리(0-1)와 2월 1일 삼프도리아전에서의 대승(5-1)은 매우 특기할 만한 것으로 토리노가 강해졌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경기였다. 이 연승들을 바탕으로 토리노는 본격적으로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유로파 리그 진출에 도전하게 되었다. 
2월 7일 베로나와의 경기 승리(3-1) 이후 팀은 3연속 무승부를 거둔다. 강등권이었던 칼리아리와의 홈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었고, 무엇보다도 유로파 리그 32강 1차전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홈경기를 2-2로 비기고 말았다. 막시 로페즈가 이 경기에서 대활약하면서 팀의 2골을 모두 넣긴 했지만, 이냐키 윌리암스와 구르페기에게 실점하면서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아무래도 홈경기에서 2실점하고 지금까지 이탈리아 팀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빌바오 원정을 가야 했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토리노의 다음 라운드 진출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그리고 2월 22일 피오렌티나 원정경기에서도 후반 막판에 살라에게 실점하며 어렵게 되나 싶었지만 87분에 비베스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2월 26일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32강 2차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시작 전에는 빌바오가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을까 예상했되었지만, 예상과 달리 시작 15분만에 비베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면서 콸리아렐라의 PK 선제득점으로 리드해 갔다. 이후 이 경기는 양팀이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매우 박진감 넘치는 경기 양상으로 흘러갔다. 43분에 이라올라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다시 빌바오가 흐름을 가져오나 싶었지만 전반 종료 직전(45’)에 막시 로페즈가 다시 득점을 하면서 다시 토리노가 리드를 이어갔다. 그리고 후반에도 이러한 공격적인 경기운영은 양 팀 모두가 마찬가지였고, 64분에 데 마르코스가 토리노 수비라인의 허점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플레이로 빌바오의 두 번째 동점골을 넣었지만 68분에 오른쪽에서 올린 엘 카두리의 크로스를 왼쪽에서 파고들던 다르미안이 그대로 발리슈팅으로 연결하면서 3-2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이 리드는 경기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로서 토리노는 감격적인 유로파 16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이 여세를 몰아, 토리노는 이 경기 며칠 뒤(3월 1일)에 있었던 나폴리와의 홈경기에서도 글릭의 득점으로 1-0 승리를 거두며 리그 1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좋은 페이스를 이어나간다면 유로파 리그 진출권도 어렵지 않으리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바로 이 경기를 기점으로 팀이 약간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3월 8일 우디네세 원정에서 2-3으로 패하며 리그 무패 기록이 끊겼고, 3월 12일 제니트와의 유로파 16강 1차전은 전반에 베나시가 퇴장당하는 악재를 겪으며 2-0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게다가 3월 15일 라치오와의 홈경기에서도 나름 대등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다가 후반전에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0-2 패배를 기록, 토리노의 상승세도 다시 꺾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3월 19일 토리노는 제니트를 홈으로 불러들여서,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으로 팀의 상승세가 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비록 글릭의 골이 너무 늦게 나와서(90’) 1차전 0-2의 골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락하기는 했지만, 유럽 유수의 팀 중 하나인 제니트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여 주면서 토리노는 이제 약팀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버리고 다시금 과거의 영광에 다가설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팬들에게 불어넣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경기를 시작으로 팀은 다시금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3월 22일 파르마전 0-2 승, 4월 4일 아탈란타전 2-1 승, 4월 12일 로마전 1-1 무, 4월 19일 사수올로전 1-1 무승부 등을 기록하면서 다시금 승점을 쌓아 갔다. 그리고 4월 26일 찾아온 시즌 두 번째이자 토리노 홈경기로 치러진 데르비 델라 몰레.


이 데르비를 앞두고, 토리노 팬들은 지난 1차전에서 근 10여 년 만에 터진 데르비 득점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승리를 가져가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게다가 이 경기 직전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있었던 관계로 이 경기에서 로테이션 멤버들을 기용하면서 이번에야말로 토리노가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전반전 토리노는 유벤투스의 속공에 크게 고전했고, 36분에 피를로의 프리킥 득점을 허용하면서 끌려가게 되었다. 과거의 토리노라면 이 상황에서 유벤투스를 쫓아가는 것은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팀은 계속 공격을 이어갔고 결국 전반 종료 직전(45’) 콸리아렐라의 패스를 받은 다르미안이 부폰을 뚫고 득점에 성공하면서 1-1로 전반을 마무리하였다. 후반전에도 토리노는 유벤투스와 대등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고 특히 견고한 수비진은 유벤투스의 공격을 잘 막아내었으며, 다르미안과 브루노 페레스 양 윙백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었다. 63분, 엘 카두리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다르미안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 주었고 다르미안은 다시 유벤투스 골문 앞의 콸리아렐라에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 콸리아렐라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토리노는 근 10여 년 만에 유벤투스를 상대로 리드를 가져갔다. 그리고 유벤투스의 후반 막판의 거친 공세들을 막아내고 이 리드를 끝까지 잘 지켜내면서 1995년 이후 20년 만에 데르비에서 감격적인 승리를 기록하였다.
이 경기 중에 원정석 유벤투스 팬들이 옆 쿠르바의 토리노 팬들에게 종이 폭탄을 날려 토리노 팬 1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토리노는 이러한 사건들을 뒤로 하고 데르비 승리를 자축했고 또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결국 유벤투스는 이 경기에서 스코어로도, 매너로도 패배한 것이다. 데르비 승리는 무엇보다도, 이 시즌 유로파에서의 선전과 더불어 토리노가 그간의 암흑기를 벗어나 다시금 리그 정상을 향해 도약할 수 있으며 그럴 전력을 갖추었다는 선언이자 증명이었다. 이제 이탈리아의 어느 팀도 토리노를 만만하거나 당연히 이길 상대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리라.


데르비 승리 이후 4월 29일에 있었던 팔레르모와의 원정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쳤다. 하지만 이 경기는 그렇게 큰 상관이 아니었고, 토리노는 여전히 데르비 승리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으며 5월 4일에 있을 수페르가 비극 66주년 추모식에 정말 최고의 선물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 2편, 5~8월 - 휘청거림의 시작과 이적 시장 : http://mergenerke.egloos.com/6402453
* 3편, 9~12월 - 빛과 어둠 : http://mergenerke.egloos.com/64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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