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2015년 : 2편. 5~8월 - 휘청거림의 시작과 이적 시장 토리노 FC

* 1편, 1~4월 - Il Derby e il San Mames : mergenerke.egloos.com/6402450

토리노에게 5월 초라는 기간은 수페르가의 비극 추모 시즌으로서 그 의미가 다른 클럽과는 다르다. 하지만 2015년, 토리노의 휘청거림은 바로 이 때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연말까지 토리노를 괴롭힐 여러 문제점들이 이 시기에 이미 모조리 드러나거나 그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당시에 빠르게 고쳐나갔다면 가을 이후의 하락세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유감스럽게도 연초의 눈부신 성과들에 이 문제점들은 가려져 버렸었다.


5월 4일의 수페르가 비극 66주년 추모식 이틀 뒤, 5월 6일에 열렸던 엠폴리와의 홈경기에서부터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시작한 지 3분만에 파델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한 실점과 이후의 무기력한 경기력은 유로파 리그 진출에 매우 중요했던 이 경기를 패배(0-1)로 이끌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이 때를 되돌아 보자면, 이후 계속해서 불거진 파델리의 키퍼로서의 안정성 부족 문제나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 해서도 페너트레이션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등의 문제들은 바로 이 경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뒤부터 시작된 연패. 엠폴리에게 일격을 당하고 나서, 당시 유로파 진출권을 두고 바로 경쟁하던 제노아와의 원정경기에서 기록적인 대패(5-1)를 당하면서 토리노의 유럽무대 진출은 거의 확실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저 2015년 5월 11일의 제노아전 5-1 패배는 지암피에로 벤투라 감독의 최다골차 패배이자 2005년 토리노 재창단 이후 최다실점 기록 경기로 남아 있다. 저 경기의 경우 경기력이 그렇게 밀렸던 것은 아니나 경기 막판에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고 연이어 실점하면서(87′, 92′, 94′ 실점) 저러한 대패 기록이 세워지고 말았다. 이 경기 역시도 지금 돌이켜 보자면 15-16시즌 전반기에 막판 실점으로 승점을 잃는 경우가 많은 상황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나마 5월 17일 키에보전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다시금 유럽무대로의 희망을 되살리나 싶었지만, 5월 24일 밀란 원정에서 3-0으로 완패하면서 토리노의 유럽무대로의 꿈은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밀란이었지만 당시 토리노 역시도 다르미안을 센터백으로 세우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고, 결국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밀란에게 완전히 밀렸었다. 당시 밤 새서 보고 대체 왜 이런 경기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회의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네만, 여하튼 토리노의 유럽무대 진출은 이 경기로서 완전히 좌절되고 말았다. 5월의 마지막 날, 5월 31일에 있었던 2014-15시즌 마지막 경기인 체세나와의 홈경기 5-0 대승은 이로서 빛이 약간 바래는 감이 있었다.


비록 시즌 막판의 연이은 패배들로 인해 유로파 리그 진출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2014-15시즌 토리노의 시즌 성적이 나빴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리그 9위라는 성적 자체가, 비록 지난 시즌의 7위보다 조금 내려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낮은 성적은 절대 아니고, 무엇보다도 유로파 리그 16강 진출과 데르비에서의 10여년만의 득점과 20년만의 승리는 이 시즌이 성공적인 시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이 시즌 시작할 때의 목표 3개, 즉 유럽무대 진출, 데르비 승리, 유로파에서의 선전 중 1개를 실패하고 2개를 성공한 셈이니 이 시즌은 괜찮은 시즌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이 있다면, 토리노 프리마베라 팀이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를 잇따라 물리치고 6월 16일에 프리마베라 우승을 기록한 것이다. 토리노 프리마베라 팀이 프리마베라 우승을 기록한 것은 9번째(이탈리아 팀 중 최다)이지만, 이는 토리노 재창단 이후 성인 팀과 프리마베라 팀을 포함해서 토리노가 들어올린 최초의 트로피이니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비록 프리마베라 팀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니폼에 스쿠데토가 박혀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기분좋은 일이다.
시즌이 끝나고 토리노에게 닥쳐온 것은 수많은 선수들의 이적 루머였다. 당장 이 시즌에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었던 다르미안, 글릭, 브루노 페레스, 막시모비치 등을 여러 강팀들이 노린다는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여기에서 거론되는 금액은 토리노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특히 다르미안의 경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최고의 팀들이 다르미안을 주목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면서 이적설의 중심이 되었다. 토리노 서포터들로서는 다르미안을 누구보다도 지키고 싶어했지만 거론되는 팀의 명성이나 금액들, 그리고 다르미안 자신이 더 큰 도전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다르미안은 떠나는 것이 유력해졌다. 중간에 나폴리 같은 팀들이 달려들기도 했지만 이는 성사되지 않았고, 다르미안은 결국 7월 11일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8m+2m€의 이적료로 이적하였다.
지금까지 토리노 선수들 중 다른 큰 클럽으로 이적하면서 마찰이 없었던 선수가 거의 없었다. 12-13시즌 후 오그본나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토리노 팬들이 그 누구보다 싫어하는 선수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13-14시즌 중간에 떠난 담브로시오도 토리노 서포터들에게 야유를 들었으며 여름 이적시장 종료 직전에 팀을 떠나 버린 체르치의 경우 이적 경위나 언행 등으로 인하여 토리노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망쳐 버렸다. 하지만 다르미안은 이적 때까지 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고 그 뒤로도 토리노에 대한 애정을 보여 줌으로서 이적 이후에도 토리노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로 남게 되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훗날 언젠가 다르미안이 세리에A로 다시 돌아온다면 토리노에서 다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이다. 아마 다른 토리노팬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다르미안이야 대체로 다른 팀으로 이적할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선수들은 구단 측이 확실하게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본시 임대 신분이었고 시즌 종료 직후 원 소속팀인 나폴리로 복귀한 엘 카두리의 경우를 제외하면, 이 뒤로 토리노 선수에 대한 이적 루머는 대체로 브루노 페레스에 대한 로마의 구애, 막시모비치에 대한 나폴리의 구애가 주요한 것이었으나 토리노 구단은 결국 이들의 제의를 물리치고 두 선수를 지켜내었다. 중간중간마다 이들의 이적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는 기사들도 종종 나왔지만 이는 결국 잘못된 기사였었다. 그리고 종종, 갈라타사라이나 아스날, 로마 등이 글릭에 대하여 제의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글릭은 주장으로서 팀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적 루머를 일축했다.
한편으로 토리노는 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면서 선수들을 데려왔다. 비록 그간 임대 신분으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 주었던 엘 카두리에 대한 토리노의 영입 시도는 좌절되었으나 그 이외의 영입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었다. 먼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공동소유제도로 인하여 인테르와 토리노의 공동소유였던 베나시를 완전히 토리노 선수로 데려왔고, 다르미안의 이적료로서 다니엘레 바셀리와 다비데 사파코스타를 아탈란타로부터 영입했으며, 그 외에도 다닐로 아벨라르, 아프리예 아쿠아, 조엘 오비 등을 영입했으며 마지막으로 8월 18일 팔레르모로부터 안드레아 벨로티를 데려오면서 영입을 마무리했다.


다른 팀들에 비하면 토리노는 이적시장의 문을 상당히 빨리 닫은 편인데, 이는 작년 여름의 이적시장에서 얻은 교훈에 따른 것이다. 이는 그건 바로, '주축 선수를 이적시장 막판에 이적시키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으로, 작년에 체르치가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떠나면서 팀이 절실하게 깨달은 바였다. 그로 인하여 벨로티의 영입을 마지막으로 토리노는 이적시장의 문 자체를 닫았고, 이로서 토리노는 다르미안과 엘 카두리를 제외하자면 이적설에 시달리던 팀의 주축들(글릭, 막시모비치, 브루노 페레스 등)을 모두 지키면서 팀의 전력 누수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거기에다가 바셀리나 사파코스타, 벨로티 등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서 팀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할 만한 영입을 다수 성공하였다. 결과적으로 토리노의 2015년 여름 이적시장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015-16시즌 팀의 부진과는 별개의 것으로 오로지 이적시장 당시의 성과만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렇게 이적시장으로 바빴던 8월 중순에, 토리노에 궃긴 소식이 전해졌다. 토리노의 정신적 지주이자 살레시오회의 성직자로서 선행을 베풀어 오던 돈 알도 라비노(Don Aldo Rabino) 씨가 8월 18일 향년 76세로 서거한 것이다. 돈 알도 라비노 씨는 1939년 토리노에서 태어났으며 토리노 유스팀에서 뛰었었고, 1968년 성직자가 된 이후 성직자로서의 길과 스포츠인으로서의 길을 동시에 걸었다. 1969년 OASI를 설립해 토리노 구단과 함께 토리노 지역의 빈민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빈민들에 대한 자선 활동을 주도해 왔다. 1971년 돈 페라우토와 함께 수페르가의 비극으로 사망한 'Il Grande Torino'토리노의 선수들을 축성하면서 그는 토리노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또한 그는 FIGC의 이사를 역임하였고 필라델피아 스타디움 재건을 위한 필라델피아 재단의 초대 회장이자 명예 회장이기도 하였다. 그의 장례식은 8월 20일에 Basilica di Maria Ausiliatrice에서 치러졌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돈 알도 라비노의 유지는 그간 지지부진하던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의 재건이었으며, 그의 유지를 받들어 토리노 구단과 필라델피아 재단은 필라델피아 재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다시 팀 내부적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성과는 바로 경기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5-16시즌 시작 후 8월에 있었던 2경기(8월 23일 프로시노네전 1-2 승, 8월 30일 피오렌티나전 3-1 승)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한 것이다. 특히 피오렌티나전 승리는 팀에게 있어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으로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피오렌티나가 리그 선두를 다투는 강팀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한 승리는 토리노가 강팀이라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있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의 세레모니와 이에 따른 양팀의 충돌은 약간의 헤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잘 나가던 8월 말의 토리노였지만, 코파 이탈리아 경기(8월 16일 페스카라전 4-1 승)까지 포함하여, 계속하여 실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팀의 수비진, 수비전술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고 이는 팀의 잠재된 위험 요소였다. 그리고 이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것이었다.

* 3편, 9~12월 - 빛과 어둠 : http://mergenerke.egloos.com/64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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