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2015년 : 3편. 9~12월 - 빛과 어둠 토리노 FC

* 1편, 1~4월 - Il Derby e il San Mames : http://mergenerke.egloos.com/6402450
* 2편, 5~8월 - 휘청거림의 시작과 이적 시장 : http://mergenerke.egloos.com/6402453

A매치 기간이 끝나고 열린 9월 13일의 베로나전. 이 경기를 앞두고 토리노는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였다. 막시모비치는 A매치에 소집되었다가 골절을 당하여 남은 2015년 동안 뛸 수가 없게 되었고, 그 외에 모레티, 가찌 등이 경기 시작 전에 이미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벨라르 역시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무시무시하게 퍼붓는 폭우 속에서 경기는 바셀리와 아쿠아의 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아벨라르 역시 근 3달 동안 빠져야 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시점에서, 곧 복귀한 모레티 및 비베스와의 주전경쟁이 애매했던 가찌를 제외하더라도 토리노는 확실한 주전 2명(막시모비치, 아벨라르)을 부상으로 잃어야 했다.


2005년 9월 12일, 우르바노 카이로 씨가 토리노의 새 구단주가 되어서 파산 위기에 몰렸던 팀을 재건하고 재창단을 선언했다. 2015년 9월 12일은 카이로 구단주 취임 10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카이로 구단주는 취임 이후 적극적인 투자로 당시 세리에B에 있던 팀을 세리에A로 승격시켰고 그 뒤에도 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비록 그 때에 승격했던 토리노는 기대에 비해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고 2009년에 다시 강등되었으며, 기사들로 미루어 보건대 약 2009-2010년에 걸쳐서 카이로 구단주는 다시 구단을 매각할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구단주직을 지켰고, 벤투라 감독과 함께 2012년에 팀을 다시 승격시키고 2014년에 유로파 진출권을 획득하였으며 2015년에는 데르비 승리와 유로파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었다. 그런 성과를 내었기에 지금 팬들이 구단주를 지지하는 것일 터이다.
그 다음 경기 9월 20일 삼프도리아전은 쾌조의 경기력으로 2-0 완승을 거두었다. 연말인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저 삼프도리아전이 토리노가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마지막 경기였다. 이 말인 즉슨, 이 9월 20일 이후 토리노는 계속해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장 다음 경기인 9월 23일의 주중경기 키에보 원정에서 토리노는 0-1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9월 27일 팔레르모전에서 베나시의 원더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기는 했다만 이 이후 토리노는 암흑의 터널에 들어가고 말았다. 당장 팔레르모전 후반부터, 몰리나로와 오비가 퇴장당하면서 11:9의 싸움을 벌여야 했을 때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10월 3일, 토리노는 카르피 원정에서 2-1의 스코어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카르피의 리그 첫승이자 카르피의 세리에A 무대 사상 첫 승리이기도 했다. 아벨라르가 부상인 상황에서 몰리나로까지 전 경기에서 퇴장당하며 왼쪽 수비가 전혀 되지 않으며 수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고, 공격적으로도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극심한 경기력 저하 속에 기록한 패배였다. 카르피가 잘했다기보다는 토리노가 스스로 자멸한 경기였다고 평해야 할 것이다.

이후 경기들을 보건대 이 경기 이후로 토리노 팀 자체에 후유증이 심각했던 것 같다. 이 경기 이후로 아탈란타전까지 7경기 동안 토리노는 선제골을 넣은 적이 없고, 무실점한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이긴 적이 없다. 무엇보다 카르피전은 그 뒤 2달간 지속될 암흑 시기의 시작이었고,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주축선수들은 부상으로 빠져 있었고(막시모비치, 아벨라르, 가찌는 장기부상인 데다가 브루노 페레스도 부상을 당해서 1달간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바셀리도 지난 팔레르모전에서 부상을 입어 이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들을 대체해야 할 로테이션 및 서브 자원들은 기량이 형편없고,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할 전술적 방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 이러니 팀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이야기를 잠시 돌려서, 토리노 구단은 오래 전부터 필라델피아 경기장의 재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나 이 프로젝트는 거의 매번 암초를 만나 좌초되곤 했다. 하지만 돈 알도 라비노의 서거는 토리노 구단과 관련 단체들에게 돈 알도 라비노의 유지를 받들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는 명분을 주었고, 결국 9월 30일에 필라델피아 재건이 확정되었으며 10월 17일에 시공식이 열렸다. 필라델피아 경기장은 지난날 ‘Il Grande Torino’의 홈구장으로서 토리노에게 그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다. 토리노에게 이곳은 ‘고향’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다른 경기장을 쓰더라도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여겨진다. 비록 재건축 이후에 이 경기장이 토리노의 홈구장이 되는 것은 아니나, 재건축 이후의 필라델피아는 유스 구장 및 훈련장, 구단 본부, 박물관 및 관련 매장, 기타 각종 편의시설이 위치한 토리노의 중심 허브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마치 유벤투스가 그전의 델레 알피를 다시 공사하여 자신들의 경기장과 관련 시설들을 만들었듯이, 토리노는 그 상징성이 대단한 필라델피아에 토리노의 중심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로서 10월 중순은 5월 초, 12월 초와 더불어 토리노에게 중요한 기간이 되었다. 10월 15일은 1967년에 지지 메로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날이기도 하고, 10월 17일은 1926년에 필라델피아 경기장이 완공되어 개장한 날이었는데 거기에다가 필라델피아 재건 시작이 이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점 때문에 시공식을 이 날에 한 것이기도 하다.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필라델피아 시공식 하루 뒤인 10월 18일에 올림피코에서 밀란전이 열렸다. 기록적인 관중이 몰린 경기였지만 토리노는 경기를 원활하게 가져가지 못했고, 결국 62분에 바카에게 먼저 실점하고 말았다. 벨로티의 투입 이후 그의 어시스트로 바셀리가 78분에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1-1로 끝났지만, 이 경기는 이후 밀란-라치오-제노아-유벤투스-인테르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의 시작점이었다. 이 경기에서의 부진한 경기력은 이후 이 일정들에서 토리노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당장 이 다음 경기인 10월 25일 라치오전은 0-3으로 크게 패하고 말았으며, 경기력 역시도 형편없어서 무언가를 거론할 수조차 없는 경기였다. 10월 28일의 주중경기 제노아전에서도 그간 불안불안한 모습을 계속해서 나타내던 파델리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며 선제골을 어처구니없이 내주었다. 막시 로페즈와 사파코스타의 득점으로 역전하며 전반을 마쳤지만, 수비불안은 여전한 것이었고 후반전에 실점한 뒤 89분에 상대 자책골로 승점 3점을 가져오나 싶었지만 94분에 실점하며 승점 3점이 승점 1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맞은 10월 31일의 데르비.


당시 선제골을 넣는 법을 잊어버린 토리노답게 19분만에 포그바에게 먼저 실점하였다. 그 뒤로도 경기가 그렇게 잘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막아내면서 후반전을 맞았고, 51분에 프리킥 상황에서 맞고 나온 볼을 보보가 강하게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 이후로는 그간의 다른 경기들에서 보여준 형편없는 경기력과는 다르게 나름 괜찮은 역습 패턴이나 공격작업을 가져갔지만 부폰의 연이은 선방으로 인해 역전골 득점에 실패하였고, 오히려 경기 종료 직전인 94분에 파델리가 유벤투스의 평범한 땅볼 크로스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콰드라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마치 지난 시즌 데르비 1차전에서  종료 직전에 피를로에게 실점하여 졌던 것과 매우 유사했지만 올해의 이 실점은 토리노의 실책성 플레이가 한몫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기에 지난 제노아전 실수, 또한 그 전부터 보여준 여러 불안한 장면들이 부각되면서 파델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졌다. 다음 라운드인 11월 8일의 인테르전은 홈경기였지만, 이번 시즌에 지금까지 부진에 시달려도 최소한 홈에서만큼은 지지 않던 기록이 무색하게 콘도그비아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에 상대 키퍼 한다노비치를 뚫지 못하고 홈경기에서 처음으로 지고 말았다.
인테르전 패배로 토리노는 6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팀 순위 역시 팔레르모전 승리 이후의 3위에서 인테르전 패배 이후 11위까지 급락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 경기력의 개선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항상 경기는 비슷한 패턴이었고, 몇몇 선수들은 형편없었고, 몇몇 선수들은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이 극도의 부진으로 인해 팀에 대한 비난여론은 점점 높아져 갔고 토리노 팬들의 벤투라 감독에 대한 시선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 갔다. 물론 일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토리노의 경기력은 전혀 유로파를 노리는 팀의 경기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11월 22일 아탈란타 원정에서 보보가 코너킥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0-1 승리를 거두었다. 9월 27일 팔레르모전 이후 2달, 7경기째만의 승리였다. 그러나 경기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고 여전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 라운드, 11월 28일 볼로냐전도 마찬가지였다. 70분이 지나도록 공격은 답답할 뿐이었고, 75분에 벨로티의 토리노 데뷔골과 92분에 상대의 결정적 실수를 이용한 비베스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이 경기 역시 스코어에 비해 경기력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12월 2일의 코파이탈리아 체세나전에서는 전반 초반부터 골을 많이 넣으면서 상당히 여유로운 경기를 했고 4-1의 대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의 체세나와 달리 이번 시즌의 체세나는 세리에B 중위권으로 전락한 상태이므로 그렇게 높이 평가하기는 어려운 경기였다. 오히려 그 다음 경기인 12월 5일 로마전에서 보여주었던 답답한 경기력이 더 토리노의 현상태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파델리의 실수가 나오며 후반 막판(83’)에 피야니치에게 프리킥 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경기 종료 직전(94’)에 벨로티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막시 로페즈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1-1 무승부로 마쳤다.

그 하루 뒤인 12월 3일은 토리노 창립 109주년 기념일. 그나마 이 창립 기념일 전 경기에서 지지 않은 건 평가해 줄 만 하다고 하겠으나 경기력 자체가 올라오지 않은 바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12월 3일의 행사는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 터였다.



12월 13일의 사수올로 원정 경기는 심한 안개로 인해 연기되었다. 이로 인하여 토리노는 현재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이고, 더구나 체력 소모 없이 주중(12월 16일)에 있던 코파이탈리아 16강전 유벤투스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토리노는 이 경기에 선발진을 대거 투입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토리노팬으로서는 고문과도 같은 경기가 되어 버렸다. 주심의 관용은 자자의 선제골로 이어졌고, 여전히 경기력은 좋지 못했으며 그전 경기부터 항상 보이던 패턴대로 상대에게 끌려갔다. 거기에다가 후반 초반에 몰리나로가 어처구니없는 태클로 경고누적 퇴장당하면서 이 경기는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바로 다음 상황에서 자자는 추가골을 넣었고, 이후로 디발라와 포그바에게 연속 실점하면서 4-0으로 패배, 데르비 역사에 남을 대패를 기록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토리노의 모든 문제점이 다 드러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벨라르가 이 경기로 부상에서 복귀했다는 것만으로는 위안받을 수 없는 큰 상처였다.
실제로 이 치욕적인 대패 이후 토리노 서포터들은 극심하게 분노했다. 거기에다가 2015년 마지막 경기인 12월 20일 우디네세와의 홈경기에서조차 전혀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았고, 41분에 파리차에게 선제골을 내주었으며, 거기에다가 우디네세 선수가 한 명 퇴장당하고서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0-1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지자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이 야유는 경기 중에도 계속되었고 경기가 끝난 뒤로도 계속되었다. 팬들로서는 팀이 보여 주는 이 경기력에 분노하는 것이 당연했다.



총 3부에 걸쳐서 토리노의 2015년을 정리했다. 토리노의 2015년은 다사다난했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좋았던 초반기에 비해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후반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2015년 전반기의 성과가 너무나도 찬란했기에 그 뒤에 닥친 부진은 다른 때보다도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해도 무방할 터. 유로파 16강 진출과 데르비 승리는 근래 찾아볼 수 없는 토리노의 대단한 성과였지만, 연초의 이 성과는 연말의 데르비에서의 기록적인 대패와 연이은 부진 및 패배들로 빛이 바래는 감이 없잖아 있다. 물론 가을, 겨울에도 카이로 구단주 취임 10주년이라든가, 필라델피아 재건 기공식 등 여러 빛들은 많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마치 밤에 빛나는 달과도 같은 것이라, 빛을 비추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달일 뿐이지 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리그에서, 다른 대회들에서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해일 터이다.

토리노 구단과 선수들은 2015년을 돌아보면서 연초의 성과들을 단지 자축할 것만이 아니라 이 성과들을 어떻게 얻어낼 수 있었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연말에 계속된 극심한 부진, 특히 2015년 마지막 경기에서 터져나온 토리노 서포터들의 비난과 야유를 감내하고 받아들이며 어떻게 해야 2016년의 토리노가 이 부진을 씻어내고 성공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토리노 구단과 선수들에게 2016년 한 해 동안 행운이 따르고 경기에서 좋은 결과들이 있기를 바라고, 모든 토리노 팬들에게 새해에 행운이 따르며 팀이 승리하는 것을 보며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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